[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유럽연합(EU)이 지난해 가까스로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피해 갔지만, 올해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EU가 2019년 한해 동안 미국과의 약속을 이행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와 미국은 지난해 11월 비관세장벽을 철폐하기로 정한 11월 데드라인을 놓쳤을뿐더러, 양측은 무역협상에서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EU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2018년 사상 최고치 경신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7월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자제하는 일종의 정전 협정을 맺었다. 양측은 공동 성명을 통해 "무관세와 무비관세 장벽, 비자동차 제품에 대한 제로(0) 보조금을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양측은 서비스와 화학품, 약품, 의료 기기, 대두 거래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융커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이후, EU의 미국산 대두 수입은 2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EU 시장에서 미국산 대두 점유율은 69%에 달했다. EU는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량도 전년 동기 대비 52%나 늘렸다.
다만 유럽과 미국 관계자들은 EU의 미국산 대두 및 LNG 수입 확대가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 등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또 EU가 미국산 LNG 수입량을 확대했지만 이는 EU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양의 2% 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WSJ는 설상가상으로 EU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까지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승세를 보인 EU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 2015년 1천220억유로(약 155조8696억원)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10월까지 1150억유로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유럽의 마커스 베이러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신문에 EU가 트럼프 대통령이 EU 28개 회원국에게 면제권을 주거나 혹은 임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그를 달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관은 이어 "목표는 이 절차를 유지하고, 미국 정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9일 워싱턴에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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