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어려운 현실 이해하나 리스크 너무 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당국이 중소 조선사 경영애로 해결을 위해 시중은행의 선수급환급보증(RG) 발급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인 은행들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조선업 업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거다. 앞서 조선사로 인해 대규모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더욱 경계하는 거다.
RG는 조선사가 배를 수주할 때 받는 선수금을 은행이나 보험사 등이 보증해주는 제도다. 조선사는 통상 배를 수주할 때 선주로부터 뱃값 일부(30~70%)를 선수금으로 받아 기자재 등을 구매해 배를 만들고, 납품한 후 잔금을 받게 된다. 이때 선주들은 조선사가 선수금만 받고 배를 만들지 않게 될 경우를 대비해 은행 등에 보증을 요구한다. 이것이 RG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중소 조선사와 기재자업체의 경영현황 및 RG제작금융 관련 애로 실태를 전수조사 중이다. 금융위는 해당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은행과 RG 발급 확대 등 지원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경남 고성 이케이중공업 현장방문에서 "모처럼 조선업이 살아나고 있는 호기인 만큼 때를 놓치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며 "업종을 보지 않고 개별기업의 미래를 보고 RG 발급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금융권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선업이 수년간 업황 부진에 시달리며 중소조선사들은 RG 발급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은행권이 부실화 우려를 걱정해 중소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STX조선은 RG 미발급으로 7건의 수주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현장간담회에서 한 중소조선업체 대표는 최 위원장에게 "금융권이 아직 우리 조선업계에 대한 여신규제를 풀고 있지 않다"며 "특히 시중은행의 소극적인 태도로 업계는 정책금융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금융권의 RG발급 행태가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은행권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정책 취지와 조선업권의 어려운 현실은 공감하나 그렇다고 은행이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중소조선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은행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수천억원의 비용을 대신 지불해야해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
A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RG발급 확대에 초점에 맞춰졌다고 해서 은행들이 퍼붓기 식의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은행의 자체적인 평가·심사기준에 따라 원칙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조선업이 최근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다른 기업여신보다 리스크가 많다"며 "정부 정책이 나왔지만 은행들로서는 여전히 조금 보수적인 영업행태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RG 발급 확대 방침에 대해 시중은행들이 소극적이자, 중소조선사들은 선박 수주를 위한 RG발급을 국책은행에 의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지난 11월 ‘조선산업 활력제고방안’을 통해 중형선박 건조에 필요한 RG 발급시 무역보험공사에서 1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하는 안을 발표했다. 해당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