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역 인근 상인들 "오늘 장사 어려워"
건물 안까지 흙 '범벅'...엘리베이터 운행 중단
인근 거주민들 "밤새 전기장판·커피포트로 버텼다"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오늘 오전 장사 안 해요. 아니,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합니다.”
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식당 직원은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냈다. 전날 발생한 온수관 파열 사고 영향으로 오전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국난방공사의 복구 작업으로 현재 난방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사고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5일 백석역 인근에 위치한 한 식당은 이날 오전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손님을 맞지 못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05. sun90@newspim.com |
이날 이 식당 직원인 김모(56)씨는 “어제 사고로 사장님이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며 “요리를 맡아서 하시던 분인데, 계시지 않으니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 올 때마다 말하기도 어렵다”며 종이에 ‘오늘 장사 안 합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출입구에 붙였다.
점심시간이라 붐벼야 할 식당은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창문 밖 현장과 대비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무게감을 더했다. 다른 직원은 “평소 같으면 벌써 자리를 채우고도 남았다”며 “하루 벌어 사람들 인건비 보상은 어디에 말도 못 한다”며 하소연했다.
5일 경기도 백석역 근처 분식점은 바닥까지 밀려들어 온 흙을 청소하느라 오전 내내 손님을 맞지 못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05. sun90@newspim.com |
근처 분식점도 바닥까지 밀려들어 온 흙을 청소하느라 손님을 맞지 못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박영수(68)씨는 “평소 11시면 문을 열어야 하는데, 청소하느라 재료 준비도 하지 못했다”며 “저녁 정도 돼야 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온수관 파열로 뜨거운 물과 흙이 상가 안까지 들어오면서 8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건물 계단과 복도마다 사람들 흙 발자국이 남은 이유다.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조모(74)씨는 “5시간 넘게 옷도 못 갈아입고 바닥 청소만 하고 있다”며 “이 정도면 며칠은 더 해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5일 경기도 백석역 인근 상가 건물은 전날 사고로 들어온 뜨거운 물과 흙으로 승강기 운행이 중단됐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05. sun90@newspim.com |
사고 발생 지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밤새 추위와 싸워야 했다. 난방을 할 수 없어 전기장판으로 버티고, 커피포트를 이용해 온수를 마련하기도 했다.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정애(68)씨는 “난방이 되지 않아 밤새 전기장판만으로 지냈다”면서 “불편했지만 이번 사고로 안 좋은 일을 겪으신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추운 날씨 때문에 도저히 찬물로 씻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어제는 커피포트에 물을 데워서 사용했는데, 오늘 아침엔 따뜻한 물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임시 복구를 마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날부터 온수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현장에서 만난 난방공사 관계자는 “12m 길이 정도의 배관 교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작업이 완전히 끝나려면 이르면 1주, 늦으면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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