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대만 탈원전 폐기 조짐에도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
표면적 탈원전 이유는 세계적 친환경 전환 선도
탈원전에 전기료 인상 요인 대두…원전 수출 발목
"탈원전 폐기하고 상황에 맞는 에너지정책 펼쳐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롤모델로 삼았던 대만이 국민투표로 탈원전 폐기를 결정했지만, 친환경 에너지전환 정책(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할 뿐이다.
OECD 국가 중에서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 오스트리아아, 벨기에, 스위스 등 7개국 뿐이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고, 국외에서는 원전 수출에 매달리는 투트랙 전략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는 '에너지 전환의 흐름'이다.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석탄과 원전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에너지 효율 및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탈원전의 중요한 명분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태양광융합산업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창출과 균형발전에 기여'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태양광발전은 100만 달러 투자 시 15.7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태양광융합산업은 100만 달러 투자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관련해 12~15명, 에너지관리시스템(EMS)는 18~26명의 높은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또 "태양광은 햇빛이라는 무궁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있어 에너지원 고갈로 일자리가 사라질 염려가 없고 발전소 사업이 중단될 위험도 없어 일자리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료 인상 가능성'과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의적이든 아니든 탈원전 정책 이전 80%를 웃돌던 원전 가동률이 올 여름 50~60%대로 떨어지면서 한국은 블랙아웃의 위기를 몇번이나 겪었다. 더욱이 이를 대신해 발전 단가가 1.5배 가량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연료 가동을 늘리면서 전기료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결국 올 여름엔 발전 주체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까지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현 상황만 봐선 올 겨울, 그리고 또 돌아올 내년도 여름에도 전기료 인상요인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정치권, 특히 여당 주도로 전기료 2배 인상카드를 들고 나온 상황이다.
원전 수출도 일정부분 제동이 걸린게 사실이다. 현재 한국이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3개국 중 수주가 가시화된 곳은 한 곳도 없다. 특히 영국 원전은 얼마전 한전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더욱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한국형원전 모델인 신고리 3,4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설상가상으로 지난 2009년 이미 수주를 완료한 아랍에미리트(UA) 바라카 원전 사업은 진행과정에서 일부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원전 운영·유지 보수 일부가 프랑스 국영전력회사(EDF)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수원이 독점했던 원전 운영권이 경쟁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한국의 탈원전 이후 해외 원전 시장에서 좋지 않은 소식들만 들려오는건 우연의 일치일까?
이에 대해 한 원전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마땅한 근거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점을 꼬집는다. 때문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전 세계 원전 수주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만과 함께 탈원전 롤모델로 삼았던 독일은 공론화를 위한 '윤리위원회' 설치 등 25년간의 논의 끝에 탈원전 정책을 결정했다. 또 청정 국가로 통하는 스위스 역시 33년 동안 공론화 논의 및 5번의 국민투표를 거쳐 지난해 5월 탈원전을 결정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급속도로 탈원전을 추진했다. 이에 70년 넘게 쌓아온 원전 관련 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하루 아침에 허공으로 날릴 상황에 처했다.
또 다른 원전 전문가는 대선 당시의 단순 공약 이행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특정 국가들과 정부 차원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이상 가성비 뛰어난 에너지원을 하루 아침에 폐기할리가 만무하다는 판단이다.
이 원전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상황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혁신도 좋지만 지나친 혁신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