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약세장에 산유국 동반 감산 예상 속 러시아 ‘엇갈린 신호’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제유가가 약세장으로 진입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당장 다음달부터 최대 50만 배럴 감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등 산유국들이 12월 회의에서 사우디 행보를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는 가운데,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는 러시아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 광물부 장관은 이달 사우디가 석유 생산을 늘렸지만 12월부터는 최대 일일 50만 배럴 감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유[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산 압박을 의식한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 감산이 공급 과잉 때문이 아닌 사우디 석유에 대한 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라며 감산 이유를 밝혔다.
이날 OPEC 회원국 및 비회원국 10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공동점검위원회(JMMC)를 열고 내년 감산 관련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번 회의서 석유 공급 정책 관련 주요 변화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참가국들은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내년 광범위한 감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산유국들은 이란산 석유 공급 관련 불확실성에도 경계감을 보였다. 당초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산유국들은 공급 차질로 인한 유가 상승을 기대했지만, 미국 원유 재고가 늘고 미국이 제재 예외국을 인정하는 등 유가를 짓누르는 소식들이 잇따르면서 유가는 오히려 아래를 향해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
WSJ은 유가 하락과 글로벌 공급 과잉 신호 속에 산유국들이 감산 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감산에 직접 나설 것인지에 대해 애매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산유국들이 합의에 도달한다면 감산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러시아 생산은 “안정적 수준에 도달했고, 앞으로도 그 부근에 머물 것”이라며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사우디 주도의 OPEC 회원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회원국들은 지난 6월 이란산 공급 차질을 우려해 증산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이달 5일 대이란 제재가 발효하고 사흘 뒤 유가는 약세장에 접어들었다. 산유국들이 마지막으로 마주해 산유량 동결을 합의했던 지난 9월 말 이후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달러 넘게 떨어졌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60달러 수준으로 21%가 내려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유국들은 오는 12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OPEC 각료회의를 열고 내년 산유량을 결정한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