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뛸 것으로 예상됐던 국제 유가가 바닥 뚫린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산유국들이 증산에 따른 데다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각, 유가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할 경우 2014년과 같은 금융시장 혼란이 재점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0.8% 하락하며 배럴당 60.19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한 때 WTI는 1% 이상 급락, 배럴당 59.28달러까지 밀리며 6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9개월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전날 WTI는 지난 달 고점 배럴당 76.90달러에서 20% 이상 하락, 베어마켓에 진입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 저가 매수 움직임은 실종된 모습이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이날 장중 한 때 배럴당 69.13달러에 거래, 7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동시에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이날 장중 기준을 10거래일 연속 하락, 34년래 최장기 내림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유가가 고공행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예상만큼 줄어들지 않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외 국가를 지정하면서 충격에 대한 우려가 진정됐다.
여기에 러시아와 사우디, 미국까지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이 늘어났다는 소식도 최근 유가 급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팔자’를 촉발시킨 도화선으로 지목됐다. 중국의 거시경제 지표 악화와 자동차 판매 감소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구촌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켰고,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도 비관론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의 급락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장 후반 나스닥 지수가 2% 가까이 후퇴한 한편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가 각각 1% 내외로 밀렸다.
연일 이어진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제의 한파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주식시장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ING의 카스텐 브레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최근 유가 급락을 글로벌 경기 둔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RBC 캐피탈 마켓의 마이클 트랜 전략가 역시 CNN과 인터뷰에서 “투자 심리가 순식간에 돌변했다”며 “경제 성장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리는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골드만 삭스는 2020년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마이클 델라 비그나 신흥국 원자재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석유업계의 자본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며 “2020년 극심한 원유 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 업체의 투자 및 각국 정부의 정책이 청정 에너지에 집중, 원유시장의 수급 교란을 부추기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유가가 4년 전과 같은 하락 사이클에 빠져들 여지가 낮다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