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산하 2호 사업부, 협동농장에 전시식량 강제 징수
협동농장 간부들 “수확량 적은데 할당량 어떻게 채우냐” 불만 토로
군 당국에 뇌물 바쳐 징수 피해가는 협동농장 간부들도 있어
[서울=뉴스핌] 하수영 수습기자 = 북한이 이달부터 협동농장들을 대상으로 전시식량 강제 징수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한의 협동농장 간부들은 “할당량을 채우기 힘들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8일 대북 소식통들의 목소리를 빌려 이 같이 보도했다.
[로이터=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한 농장을 방문해 시찰하고 있다. |
RFA에 따르면 북한에는 전시 대비 식량을 준비하는 ‘2호 총국’이란 조직이 있다. 노동당 소속기관으로, 2호 총국 산하의 2호 사업부가 각 지역을 맡아 전시 예비식량을 일컫는 ‘2호미’를 강제로 징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올해는 수확량이 부족해 협동농장 간부들이 할당량 채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아직 각 지방 농장관리위원회가 올해의 현물수확량 통계도 내지 못했는데, 당국이 무리하게 전시식량을 걷고 있어서 협동농장 간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심지어 현지 농장에서 알곡을 탈곡하기 무섭게 당국이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걷어가는 실정“이라며 ”이렇다보니 협동농장 간부들은 ‘연말에 농장원들에게 분배도 해줘야 하고 영농자금도 마련해 놔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협동농장 간부들은 ‘모내기철이 되면 개인 돈주로부터 연유를 선불로 받은 것도 알곡으로 갚아야 하는데 수확량도 적은 마당에 어떻게 당국에 낼 전시 예비식량까지 챙기느냐’며 걱정이 한 가득”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당국은 검열원들을 보내 농장관리위원회 서류를 검열하는 등 더욱 강하게 전시식량 징수를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당국이 탈곡이 끝나지도 않은 협동농장들을 재촉하고 나선 건 당국의 2호 창고에 보관된 식량들이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라며 “오래된 식량들을 버리고 그 빈자리를 얼른 새로 채워야 해서 협동농장들을 들쑤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뇌물을 쓰면 이런 당국의 압박을 피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소식통은 “이런 상황이지만 어떤 농장 간부들은 주변 군부대의 간부들에게 찾아가 쌀을 뇌물로 주고 군부대의 창고를 빌려 그곳에 농장에서 탈곡한 알곡을 감춰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