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 '무역전쟁 계기로 한중 협력 강화해야'
한국 전문가 '산업별 영향 분석하고 장기 대응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무역전쟁 충격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영향과 대응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핌이 베이징에서 만난 한·중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반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주요 기구들은 무역갈등이 무고한 국가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18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대체적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오히려 한국의 기회라면서 한중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반면 현지 한국 전문가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산업별로 무역전쟁 충격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한국도 일관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베이징 서우두공항 전경 [사진=백진규 기자] |
◆ 中 전문가 ‘무역전쟁은 한국에 기회, 한중 협력 강화해야’
위먀오제(余渺傑)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업은 중국 미국의 교역 둔화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반대로 한국 일본 등을 경유하는 3자무역이 늘어나면서 중국 개방 확대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는 업종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중국 입장에서도 반도체 I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신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역전쟁이 오히려 한국에 기회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량옌펀(梁艷芬) 상무부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는 11월부터 중국은 1585개 품목 관세 인하를 시작한다”며 “대외개방 확대 및 11월 상하이 수입박람회를 계기로 한국산 화장품 일용품 농산품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도 “미국이 당장 중국으로부터 수입 물량을 줄이면 그 반사이익은 한국 일본 유럽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주전신(朱振鑫) 루스(如是)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시 “무역전쟁이 한국에 주는 피해가 우려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반대로 한국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지난 1985년, 미국과 일본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플라자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한국 제조업과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때부터였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지금의 중국과 예전의 일본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다. 더 많은 한중 공동 발전 기회를 찾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왕징(望京) 에 위치한 포스코 센터 빌딩. 포스코, 코트라, 한인 도서관 등이 입주해 있다. [사진=백진규 기자] |
◆ 韓 전문가 ‘산업별 영향 분석, 장기적 대응책 마련 필요’
김윤희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차장은 “산업별로 호재 악재가 갈릴 것이어서 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전쟁을 기회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나가고 있다”며 “화장품 등 산업도 중국의 관세 인하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중국 기업의 해외 이전까지 언급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분업 체인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사드 보복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내수진작 및 미국산 자동차 수입 감소는 장기적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금융시장 위축이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지면 한국 역시 충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이명희 소장은 “A주 지수가 급락하고 위안화 가치가 절하하면서 중국 소비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수입 확대 정책을 시행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장은 “무역전쟁 초반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단기 위협일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장기전으로 방향이 정해진 만큼 대응책을 준비하기에 오히려 낫다”고 언급했다.
정 소장은 먼저 “미국 중국간 대립 이슈가 지속되는 반도체 ICT 제약 소비재 분야에서 한국의 기회가 커질 것이란 의견도 나오지만 쉽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중국은 미국 수출 물량을 아시아 유럽 등으로 돌리는 수출 다각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며 “바꿔 말하면 주변국에서의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 소장은 “미국 중국 사이에서 한국도 일관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정한 국제 이슈가 발생할 때 원칙에 따라 동일하게 행동해야 명분이 서고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역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화되고 불합리한 무역 관행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한 한국 교민은 “사실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을 공격해 주니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의견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사드보복과 함께 중국이 암암리에 불공정 거래를 지속해 오지 않았나. 미국이 지적재산권 등 문제를 압박해 주면 이런 관행도 조금이나마 해소될 까 기대된다”고 전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