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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3분기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경제의 독보적인 활황 속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흔들린 신흥시장은 달러화를 강하게 만들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힘든 시절을 보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린 아르헨티나의 페소는 달러화 대비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국과 등을 돌린 터키 리라도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3분기 말 들어 달러화 강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연말까지 게걸음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면서 신흥 통화 ‘팔자’세도 잦아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흥국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 역시 달러화의 약세 전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
◆ 달러 강세 다왔나…3분기 강세 후 9월 ‘주춤’
뉴스핌이 추적하는 29개국 통화 중 미 달러화는 3분기 중 0.52% 절상됐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뚜렷한 경기 호조는 달러화를 지지했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고 ‘완화적(accommodative)’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완화 시대의 종료를 선언했다.
CIBC캐피털 마켓의 비판 라지 수석 북미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달러에 대한 매수세가 강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경제가 상당히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반면 우리는 유로존과 일본 등 다른 대규모 경제에서 나오는 지표들은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불안한 신흥국과 이탈리아를 주축으로 혼란스러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달러화를 강하게 한 요소다. IG 증권의 주니치 이시카와 선임 FX 전략가는 “최근 이탈리아 우려에 대한 유로화 약세가 달러를 상승시켰다”면서 “그러나 달러의 최근 강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펀더멘털 요소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달러화가 고점을 찍었다는 진단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연준이 12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큰 상황이지만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들은 달러 약세 전환 전망에 힘을 실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03% 상승에 그쳤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터는 투자 노트에서 “우리는 거시경제와 통화정책 차이에 기반한 달러화 강세가 거의 마무리 됐다고 본다”면서 달러화가 연말 유로화 대비 보합세를 유지하고 내년에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TD증권의 마크 매코믹 수석 외환 전략가는 “위험 자산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투자자들은 다른 자산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전했다.
◆ 무역전쟁에 힘 받는 위안화 약세론
다만 달러화가 약해지기 어려운 여건도 상존한다. 위안화의 움직임과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신흥국 위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결국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에 기댈 것이라는 전망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고 내년 1월 1일부로 관세율을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재화에 5~10% 관세로 응수했다.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3분기 3.72%, 9월 0.55% 각각 절하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클라우디오 피론 전략가는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중국 성장에 대한 단기 타격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면서 내년 1분기 성장률에도 무역분쟁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피론 전략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것을 감안할 때 중국 당국은 경제 부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고 기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JP모건 체이스 앤 코도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JP모건은 지난 주말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종반부인 2019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가정하고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지만 위안화 약세가 새로운 균형 일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12월 말 위안/달러 전망치를 7.01위안, 2019년 9월 말 예상치를 7.19위안으로 예상했다.
◆ 신흥국 위기 진화 ‘아직’
3분기에는 달러화 강세 속에서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외환 위기가 투자자들을 초조하게 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IMF로부터 총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아직 신흥국의 위기가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강연에 나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신흥국에서 1000억달러 규모의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NZ뱅킹그룹의 쿤 고 수석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신흥시장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중국산 재화에 대한 미국의 관세 전쟁은 미국의 물가를 올릴 가능성이 있고 연준이 이것에 어떻게 대응하는 지가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 이슈에 인도의 그림자 금융 문제는 또 다른 위기감을 부르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이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에 나선다고 해도 루피를 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여신 업체 인프라스트럭처 리싱 앤드 파이낸싱 서비스(IL&FS)의 부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번진 ‘리먼 사태’를 상기시키며 한숨 돌린 듯했던 신흥국에 대한 우려를 부르고 있다.
ING의 프라카시 사크팔 리서치 담당 부대표는 “예상대로 25bp 올리더라도 루피를 지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RBI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크팔 부대표는 RBI가 미국의 3차례 금리 인상만큼 긴축에 나서지 못할 것이며 달러화 대비 루피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