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앞서 2019년 중 타협에 이를 듯
주변국과의 협력 연대 강화, 한국엔 기회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무역불균형을 둘러싼 양국의 마찰은 장기화 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격렬한 무역전쟁은 내년 겨울 전에 일단락 될 것이다.”
위먀오제(余渺傑)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은 10일 뉴스핌과의 현지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교수는 중국보다도 미국의 피해가 더 클 수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이 무역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뉴스핌] 백진규 기자 = 위먀오제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 2018.10.10. |
다음은 위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미국은 무역 군사 안보 등 분야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 역시 성급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무역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 먼저 ‘무역마찰’과 ‘무역전쟁’을 구분해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확대되면서 무역마찰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적자가 커진다고 반드시 미국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적정 수준에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양국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에 추가로 보복조치를 시행했고, 중국도 600억달러 규모로 맞섰다. 이미 무역마찰이 무역전쟁으로 접어든 상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무역전쟁이 장기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더라도 2019년 겨울 전에는 미국이 먼저 극적인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했고 오는 11월 G20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국의 수출 규모가 다르고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범위도 다르다. 중국의 피해가 더 클 텐데 왜 미국이 먼저 타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 미국 경제의 무역 의존도는 약 25% 정도로 중국보다 높고 교역 규모도 크다. 만약 미국이 내년 1월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한다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3%포인트 정도 높일 것이다. 미국의 CPI가 2%대임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미국 경제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미국의 농산품 자동차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의 피해가 점차 확대될 것이다. 미국 농가의 경우, 당장은 농산품 수출 축소의 피해를 보험으로 커버하고 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수출을 확대하겠지만 결국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내년까지 무역전쟁이 지속되면 이러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트럼프를 압박할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다.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020년 대선 승리다. 연임을 위해서라도 그는 2019년 겨울 전에 중국과의 타협을 시도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호황이 깨진다면 민주당은 이 부분을 공격할 것이다. 만약 애초에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면 무역전쟁에서 더 과감한 정책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 또는 지금이 2018년이 아니라 2017년이어서 대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더 많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중국 역시 물가인상 실업률 성장둔화 등 부담이 큰 것 아닌가?
▲ 중국은 무역 의존도가 낮은 국가다. 내수를 확대하고 서비스업 진흥 정책을 사용하면서 매년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물가 인상과 실업률 확대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물론 대미 수출 둔화는 분명 중국에 큰 타격이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가로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데 성공 여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최근 중국은 경제 둔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 더 힘들어진다고 해서 국론이 분열되거나 무역전쟁에 불만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다.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중국은 무역전쟁을 당하는 입장이어서 더욱 그렇다. 양국의 정치 싸움에서 미국은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베이징=뉴스핌] 백진규 기자 = 베이징대학교 중국경제연구센터 2018.10.10. bjgchina@newspim.com |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불합리한 정책을 꼽는다면?
▲ 지금까지의 무역전쟁은 상대방의 문호를 강제로 넓히는 싸움이었다. 역사적으로 관세를 높여 상대방을 압박해 성공한 적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전 세계가 나눠먹는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반면 트럼프는 파이의 크기를 줄이더라도 미국이 가져가는 부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미국의 제국주의적 생각이 깔려 있다. 미래에 미국이 패권국가 위치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 보호무역주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중국 유학생이 너무 많다며 비자발급 제한을 검토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 경제가 발전한 원인 중 하나는 지난 50년간 전세계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거꾸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최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을 통해 세력을 과시하고 미국을 고립시키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만약 미래에 미국 경제가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면 트럼프에게도 일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
- 무역전쟁이 일본 한국 유럽 등 주변국에 주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 무역전쟁을 하나의 현상으로 봐선 안 된다.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업이라면 중국 미국의 교역둔화로 인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 일본 등을 경유하는 3자무역이 늘어나고 중국 개방 확대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는 업종도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11월부터 관세를 인하하면서 수입 물량을 확대해 내수를 촉진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한국 일본과의 민간 협력이 더욱 활성화 될 가능성도 있다. 오는 11월 개최될 상하이 수입박람회 역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먀오제 교수는...
중국 유명 경제학자로서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중국 중산대학교와 베이징대학교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학술원 경제학회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위먀오제가 말하는 중미무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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