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즌 다가오며 소음 불만 고조
노조 측은 사측에 이야기 하라며 '요지부동'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적당히 틀어대야지. 아침마다 뭐 하는 일인지“
10일 오전 한화생명 본사가 자리한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을 지나던 한 중년 여성은 눈을 흘기며 이렇게 말했다. 그곳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 노조원 4명이 모여 확성기를 틀고 있었다. 확성기에선 민중가요가 흘러나왔다. 44일째 열리는 시위였다.
63빌딩 앞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시위는 8월 말부터 매일 열리고 있다. 이들은 사측에 조속한 임금·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 한화그룹이 방산업체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면서 회사 이름도 한화테크윈으로 바뀌었지만, 노조는 삼성테크윈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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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집회. 2018.10.10. sunjay@newspim.com |
집회는 보통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6시까지 계속되는데, 민중가요도 그에 맞춰 계속 울려 퍼진다. 방송차 대형 확성기를 통해 틀 때도 있다. 시위가 열리는 장소와 인근 아파트 단지 사이 직선거리는 약 40m에 불과하다. 아파트 단지에는 총 1790세대가 살고 있다.
아침마다 들리는 민중가요 소리에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네 살배기 딸아이를 키운다는 아파트 주민 김지영(38)씨는 “모닝콜도 아니고 아침잠을 매일 설친다”며 “애들은 푹 자야 키도 크고 할 텐데 너무하다”고 했다.
단지 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홍기욱(59)씨는 "처음엔 작게 시작하더니 점점 규모가 커졌다"며 "노조의 생존권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편의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시즌이 다가오면서 수험생 자녀를 둔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법정 소음 기준(65dB)을 초과해 경찰이 출동해도 그때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오면 확성기 소리를 줄이는 식"이라며 "소리를 줄이면 딱히 제재할 방도가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장소 주변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관련 민원도 많다. 아파트 단지 미관을 해치고, 운전 시야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집회 장소 반경 100m 내 걸려 있는 노조의 현수막은 총 38개였다. 빨간색 락카 스프레이로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를 고소하겠다고 적은 현수막도 있다.
다만 주무 관청인 영등포 구청은 "경찰에 신고한 집회에서 거는 현수막은 법에 어긋나지 않아 구청에서 정비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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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본사가 자리한 서울 여의도 63빌딩. 2018.10.10. sunjay@newspim.com |
주민들의 호소에도 노조 측은 요지부동이다.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측은 "회사가 우리 조합원을 인정한다면 우리도 굳이 시끄럽게 노숙하며 시위할 필요가 없다"며 "집회를 안 할 수 있도록 민원을 사측에 해달라"고 했다.
집회를 언제까지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도 모른다. 기한은 없다"고 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