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피해자 10명 중 8명은 하청업체 고용
정부 과태료 평균 126만원 ‘솜방망이’
조사위, “원청 의무 강화하고 재하청 금지해야”
[세종=뉴스핌] 김홍군 기자 = 구조조정으로 벼랑끝에 몰린 조선업계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망사고 피해자 10명 중 8명은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하청-재하청 등으로 이뤄진 고용시스템을 바꾸고,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위원장 배규식)는 지난해 삼성중공업·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대형사고에 대한 사고조사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6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5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는 해양설비 건조현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났다.
원청인 삼성중공업이 운영하는 골리앗 크레인(800t)과 하청업체의 지브형 크레인(32t)이 충돌하면서 주변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덮친 것이다.
공교롭게 사망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로, 삼성중공업이 지브형 크레인을 설치하면서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점 등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해 8월에는 경남 창원의 STX조선해양에서 도장작업 중 화재·폭발사고가 나 4명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국가 전체적으로 산업현장의 재해는 줄고 있지만, 조선업의 중대재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07~2016년 조선업의 만인사망률(노동자 1만명당 사망사고자 비율)은 1.68로, 전산업 평균(0.71) 보다 2배 이상 높다. 또 다른 중대재해 사업장인 건설업(1.58)에 비해서는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조선업 중대재해 피해자는 대부분 하청노동자이다. 2007부터 2017년 9월까지 조선업에서 일하다 사망한 하청노동자는 257명으로, 전체(324명)의 79.3%에 달했다. 원청인 대형조선소 소속 사망노동자는 66명으로, 4분의1 수준이다.
사고유형은 떨어짐(추락)이 9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물체에 맞거나(42명), 끼여(32명) 또는 화재사고(31명)로 사망한 노동자가 대다수로 조사됐다.
조선업의 중대재해가 여전히 심각하지만 정부의 행정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사망 등 조선업 재해에 대한 행정처분은 과태료가 대부분으로, 금액도 1건당 평균 126만원에 불과했다.
조사위원회는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보호의무 강화, 안전보건역량이 있는 하청업체 선정, 안전설비 검증제도 개선 등 법과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 안전관리 수준을 저해하는 다단계 재하도급을 제한하고, 계약관행 개선을 통해 안전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조선업 고용시스템 개선을 함께 제시했다.
배규식 조사위원장은 “이번에 제출한 사고조사보고서가 조선업종의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자료로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며 “모든 관계부처(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및 조선업계에서는 제도개선과 함께 안전보건관리 역량 강화 등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사고조사보고서(요약문 포함)를 고용노동부 및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해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