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알화 사상 최저치, 신흥국 통화 연쇄 하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달러화가 신흥국은 물론이고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도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캐나다 달러화가 가파르게 밀렸고, 이탈리아 예산안을 계기로 포퓰리즘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유로화도 약세다.
중국 위안화와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
달러화에 대한 신흥국 통화 하락은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에서 이란 리알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으로 확산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추세적인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흥국과 주요 선진국의 경제, 정치적 불확실성이 달러화를 밀어올리는 상황에 브레이크를 걸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강달러 기조의 매커니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현지시각) 장중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0.6% 가량 상승하며 95.545에 거래됐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0.7% 가량 뛰었고,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0.5% 가량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캐나다를 NAFTA 개정안에 제외할 뜻을 거듭 밝힌 데 따라 달러화는 캐나다 달러화에 대해서도 0.7% 선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신흥국 통화 약세는 한층 두드러졌다. 이란 리알화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 1달러 당 12만8000리알에 거래됐다.
인도 루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저점을 새롭게 갈아치웠고, 남아공 랜드화와 러시아 루블화, 터키 리라화 등 신흥국 통화 전반에 하락 사이클이 두드러졌다.
중국 주식시장과 이탈리아 채권시장의 반등에도 강달러와 신흥국 자산 하락 도미노에 제동이 걸리지 않자 시장 전문가들은 연이어 잿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과 NAFTA 재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이란과 터키에 대한 미국의 매파 움직임이 달러화를 제외한 자산에 하락 압박을 가하는 한편 달러화를 밀어올리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즈호 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외환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신흥국과 선진국 곳곳의 리스크 요인이 달러화의 안전자산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시에뗴 제네랄의 키트 저크스 외한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달러화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호재는 찾기는 어렵다”며 “이보다 다른 통화 및 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UBS는 보고서를 내고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점친 한편 최근 안정을 찾은 위안화가 재차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라보뱅크의 마이클 에버리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정책자들의 대응과 무관하게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문제는 하락의 강도”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시장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위기 대응이 신흥국 자산 하락 전염을 차단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 침체에 진입, 가뜩이나 악화일로로 치닫는 신흥국 사태에 악재를 더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JP모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이후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25% 급락했고,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 랜드화가 각각 17%와 14% 밀렸다. 이 밖에 브라질 헤알화(11%)와 인도 루피화(9%), 러시아 루블화(8%)가 10% 내외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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