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 ‘팔자’에 잰걸음을 하는 사이 해당 지역 통화의 상관관계가 가파르게 뛰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위기 상황에 이어 남아공이 경기 침체에 빠져드는 등 신흥국 사태가 악화 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주요 통화의 강한 동조 현상이 해당 지역 자산에 더욱 커다란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경고다.
터키 리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4일(현지시각)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통화의 상관관계가 0.48을 기록하며 0.5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록한 저점 0.25에서 가파르게 뛴 수치다. 아울러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기록한 평균치인 0.45를 뛰어넘은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전 평균치는 0.36에 불과했다.
신흥국 통화의 상관관계는 올들어 해당 지역의 경제, 정치적 혼란이 날로 고조된 사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및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에서 일제히 발을 빼자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필두로 통화 가치 급락이 해당 지역 전반에 번지면서 동조화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신흥국 통화의 상관관계가 이처럼 가파르게 뛴 것은 지난 2016년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자산 시장을 강타한 이후 처음이다.
동조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경우 신흥국 통화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등 주요 자산 가격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이고 애널리스트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채권과 통화를 중심으로 신흥국의 자산 가격 재조정이 활발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흥국 채권 금리 평균치는 6.5%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위기가 고개를 들었을 때마다 기록한 고점까지 상승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통화 상관관계와 신흥국 채권 금리가 동반 상승할 경우 해당 지역의 자산 가격이 더욱 커다란 리스크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가 매수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의 발목을 붙들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반등 기회를 가로막을 것이라는 얘기다.
신흥국 자산시장 전반에 걸친 하락 압박은 지난 10여년간 급증한 부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IIF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부채는 2002년 9조달러에서 2007년 21조달러로 불어났고, 지난해 말에는 63조달러로 폭증했다.
사상 최저치로 밀린 리라화와 페소화 이외에 인도 루피화와 남아공 랜드화 등 주요 신흥국 통화가 수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연초 이후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9% 가까이 급락한 데는 관련 지역의 경제적 혼란과 눈덩이 부채, 강달러가 배경으로 자리잡잡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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