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소 기준금리 인상에도 급락, 리라 랜드 루피 등 일제 하강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통화가 다시 도미노 하락을 연출했다.
주춤하는 것으로 보였던 도미노 하락이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사상 최저치 경신과 터키 리라화 급락을 계기로 재점화된 것.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페소화 가치를 확인하는 아르헨티나의 한 남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30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60%로 올리는 필살기를 동원했지만 시장 혼란을 진정시키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장중 아르헨티나 페소는 달러화에 대해 12% 급락, 1달러 당 38페소 선에서 거래됐다. 정부 측이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달러 규모의 대기성 차관 집행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자’가 쏟아졌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에서 60%로 대폭 올린 한편 연내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급랭한 투자 심리를 지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터키 리라화 역시 4% 이상 급락하며 1달러 당 6.7리라에 거래됐다. 무디스의 은행권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중앙은행 부총재의 사임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에 금리인하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주장,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한 바 있다.
리라화는 연초 이후 44% 폭락했지만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반전을 기대하는 의견을 찾기는 어렵다. 정국 혼란과 위기 상황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주요 신흥국 통화가 동반 하락했다. 남아공 랜드화가 2% 이상 내렸고, 중국 위안화도 역외시장에서 0.5% 가량 떨어졌다. MSCI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흥국 통화는 1.8%의 손실을 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달러 대비 3년래 최저치로 후퇴했고, 브라질 헤알화도 2년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인도 루피화는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협상 타결에서 나타났던 훈풍이 불과 수 일 사이에 세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올리버 존스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와 터키 사태의 전염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은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긴축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신흥국 통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통화 전반에 걸친 하강 기류는 달러화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 세계 30조달러 규모의 국가간 대출(cross-border loans) 중 48%가 달러화로 표시돼 있는 것. 이는 1년 전보다 40% 늘어난 수치다.
투자자들 사이에 ‘넥스트 터키’에 대한 경계감이 가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에릭 웅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남아공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이 터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요주의 대상에 랭크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넬대학의 에스워 프라사드 경제학 교수는 “미국과 달러화의 금융시스템 지배력을 감안할 때 연준의 작은 행보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