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난 쏟아내는 트럼프, 과거 대북 전략과 닮아
미국과 대화 채널 닫은 이란, 경계 속 트럼프 행정부 주시
전문가들 "이란과 북한 사정 달라 외교 어렵다" 지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최근 이란 지도부를 향해 날 선 비판과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과거 대북 문제를 대하던 때와 닮아 있어 의외의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북미 회담의 결과를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트럼프의 이란 접근법은 대북 전략을 생각나게 한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의 보좌관들 역시 이란과의 외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합의를 도출하길 열망하는 데다, 이란이 시리아와 같이 트럼프가 미군 철수를 원하는 지역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양국 간 외교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중동연구소 이란전문가 알렉스 바탄카는 “트럼프가 이란 정부와 반전의 합의를 도출한다면 이는 이란 반정부 시위 세력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화 창구 닫은 이란 ‘내심 불안’
작년 9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측은 프랑스를 통해 이란과 미국 간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란 측이 이를 거절해 회담은 무산됐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는 총회 이후 양측 간 접촉은 점차 제한돼 이제는 거의 접촉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양국의 비공식 대표단 간 대화 채널도 닫아버렸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현재 이란이 미국과 만든 공백에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반대 세력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음을 깨닫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처럼 트럼프와의 대화를 제안하려니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에즈는 “이란 지도부는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옵션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는 그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뉴어메리카 애널리스트 수잔 디마지오는 이란이 트럼프보다 낮은 레벨의 관계자 간 협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란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트럼프 팀이 보여준 협상 스킬에 큰 인상을 받지 못해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란과 북한 ‘비교 불가’ 지적도
이란 관측자들은 트럼프가 워낙 변덕스러운 인물이라 양국 간 외교 가능성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란과 관련한 다이내믹이 북한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장은 외교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과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해 협상 레버리지가 더 컸고, 미군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했을 때 수많은 사상자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는 외교가 답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란은 다르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란은 중동 내에서도 많은 문제를 불러 일으켜, 미국이 섣불리 화해를 추구했다가는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의 심기를 건드릴 위험이 있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자문을 제공한 한 관계자는 중동 문제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열렬한 지지층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란에 대한 강경 노선 주문이 나올 수 있어 외교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