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과의 관세전쟁 판 키워
아시아와 유럽 증시 1% 하락...안전자산 상승
구리와 아연, 1년 만에 최저...유가도 급락
중국 위안, 호주 달러, 멕시코 페소, 대만 달러 모두 하락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대로 2000억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무역전쟁 전면화가 예상되며 세계증시와 금속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라고 USTR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미국이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관세 위협을 하고 있을 뿐 결국 한 발 물러설 것이란 기대감에 찬 물을 끼얹었다.
앞으로 공청회와 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종 부과 대상 확정과 발효에는 2개월이 남았다. 그 동안 시장은 불안한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이 어떤 보복조치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 5000억달러가 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릴 것이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 상하이 증시가 2% 급락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위안화도 미달러 대비 0.4% 내리며 지난주에 기록한 11개월 만에 최저치에 다가갔다. 홍콩 항셍지수도 1% 이상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해 유럽증시도 장 초반 하락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발틱해 송유관 개발 프로젝트를 비난하며 “독일이 러시아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비난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무역전쟁의 전운이 더욱 짙게 깔렸다.
중국발 리스크의 척도로 간주되는 호주달러는 미달러 대비 0.6% 하락했으며, 트럼프로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위협을 받고 있는 멕시코 페소도 급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꼽히는 한국 원화도 급락했다.
하지만 금속 가격이 더욱 가파른 속도로 하락했다. 무역전쟁으로 주요 금속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구리, 아연, 납 가격은 3~4% 급락하며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니켈과 주석, 알루미늄 가격도 수개월 만에 저점을 기록했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는 전날 근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장을 마감했으나, 이날 미국증시의 주요 주가지수선물이 0.8~0.9% 하락하며 뉴욕증시의 하락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S&P500 주가지수선물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
위험회피가 강화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렸다.
일본 엔화는 주요 통화 대비 대부분 상승했다. 달러/엔은 근 2개월 만에 고점에서 후퇴했다.
미국 10년물 국채로 수요가 몰리면서 수익률이 3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국채인 분트채 수익률도 2bp 하락했다.
다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싼 정국 혼란에 영국 길트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무역전쟁 우려로 국제유가도 하락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8달러22센트로 0.8% 하락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