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악화에 경제 위기의식 느껴
"공직자의 기본은 유능함" 강조
참모진 경질, 회의 취소 충격요법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민생 경제에 대한 위기 의식은 경제팀에 보낸 연이은 경고에 대해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열흘 사이에 3번에 걸쳐 '유능함'을 강조하고,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경질한 데 이어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예정된 회의를 갑작스레 취소했다.
경제 살리기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무능(?)한 경제라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내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이틀간 연차휴가를 내고 휴식을 취한다.
청와대 측은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몸살 감기에 걸렸다"며 "대통령 주치의가 문 대통령에게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감기로 인해 며칠 쉬게 됐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의 마음은 나라 경제 걱정으로 무겁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예정됐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개최 시각이 임박한 상황에서 전격 취소했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부처가 대대적으로 모여 규제 혁신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그런 중요한 회의를 취소한 이유는 준비된 내용에서 성과라 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속도가 뒷받침 안 되는 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면서 "나도 답답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서 보고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뿐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집권 2년차를 맞아 청와대 비서실 및 내각을 향해 "정말 유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에 근무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이 유능함이라 생각한다"며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다.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나는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가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높다는 뜻이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모두가 1년의 경험을 가졌기에 더 이상 처음이라 서툴 수 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정말 유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인사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 참모진 인사에서 경제라인을 재정비했다.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각각 윤종원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정태호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을 앉혔다.
또 정태호, 이용선 등 실세들을 일자리수석, 시민사회수석 등의 요직에 배치, 각종 정책 추진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문재인정부 지난 1년여간은 방향을 잡고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번 개편을 통해 이제는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 "최근 경제지표가 매우 나빠진 건 사실"이라며 "정책에 여러 좋은 의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이 정도의 문제가 생긴 건 우리가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그런 부분들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 좀 더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