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회의에 에너지 장관 보내 유가 안정화 요구해야"
전문가 "美, OPEC에 미치는 영향력 제로"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휘발유 가격이 3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가운데 미국 민주당 일부 상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상승을 억제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 의회의 엑손 주유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OPEC에 맞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롭 메넨데스, 에드 마르키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서한을 통해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을 다음 달 비엔나 OPEC 정상회의에 보내 원유 가격 안정화를 요구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흰색)미국 휘발유 가격, (파란색) WTI 선물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면서 유가 상승은 미국인에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높은 유가는 "용인할 수 없다"며 고유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이후 원유 가격은 6% 상승했다. 이란 핵협정 탈퇴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제 등 미국의 외교적 조치가 유가 오름세를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을 막아야 한다며 민주당 상원의원 일부가 들고 일어선 데 대해 고개를 내저었다. 에버코어ISI의 토마스 케이프 선임 분석가는 "미국이 OPEC 회의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적으로 '제로(0)'"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이오연료 사용 촉진뿐 아니라 유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국가를 상대로 국제 분쟁 절차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케이프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국가 긴급 사태에 대비해 지난 수 십년간 저장해둔 비축유를 내다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비축유 규모는 약 6억6100만배럴이다.
케이프 분석가는 "유일하게 테이블 위에 있는 실행 가능한 옵션"이라며 비축유 매각으로 유가가 하락하려면 짜임새 있게 적절하게 매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휘발유 가격은 19% 상승해 갤런당 2.9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가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효과를 갉아 먹는다.
하이트시큐리티스의 분석가들에 따르면 평균 중산층 가계는 연간 약 930달러의 세금 절감 효과를 본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이 1달러씩 오르면 세금 절감 효과분의 절반인 500달러가 사라진다.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소속 마리아 캔트웰 민주당 상원의원은 "감세로 얻은 것들이 가스 가격 상승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