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역사적 만남', '새로 만든 역사', '엄청난 순간'……
27일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제목이 달린 긴급 속보를 쏟아내며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사 안에 드러난 서구 전문가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성을 중심으로 이번 회담을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본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04.27 <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빅터 차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회담들에 대한 기대가 크게 부풀려져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기대가 너무 높은 만큼 한 발 뒤로 물러서 기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냉철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CNN뉴스와 인터뷰에서 "기대가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말하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들이 너무 모호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북한은 더는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독일 마샬 펀드(German Marshall Fund)의 로우라 로젠베르거 연구원은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기로 했던 지난 2012년 윤달합의(Leap Day deal)의 실패를 언급하면서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개리 사모어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핵 비확산 전문가는 "이번 일로 지난해 그가 화학무기로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의혹과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을 처형한 일을 거의 잊게 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북한이 최대한 오랫동안 비핵화 "겉치레"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통해 대북 제재를 약화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김 위원장이 이번 기회에 자신을 "전략적이고 교활한 지도자"임을 증명해 보였다며 "남한에 자신이 트럼프를 만날 것이고 비핵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알리는 김정은의 행동은 똑똑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은은 남한에 언론 보도를 맡기고 그들이 과정을 진행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사모어 전문가는 서울 아산 정책 연구소에서 한 발언에서 "김정은이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물려준 것에서 포기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김정은은 충분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아마 계산하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테이블에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올려 놓을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하나의 선택지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제거하고, 한국과 일본은 취약한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을 예상했다.
한편,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미국 CNN뉴스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자신의 승리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선 주민들에게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그들은 북한을 둘러싼 평화로운 분위기는 핵무기와 개발 완성의 직접적인 성취이자 결과물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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