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남북 국민, 전 세계에게 선물 주자"
김정은 위원장 거침없는 행보·농담 눈길
北매체 이례적 신속보도…기대감↑
정상회담 '후반전' 돌입 예정…비핵화 합의 '촉각'
[고양=뉴스핌] 노민호 기자 =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전반전’이 종료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각 ‘선물’, ‘만족’이라는 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사실 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의 나이 차가 커서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문 대통령은 1953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이지만 외신에서 올해 34세로 규정하고 있다. 두 정상의 나이는 무려 32세다.
하지만 두 정상은 오전 회담을 통해 세간의 우려를 깔끔하게 불식시켰다. 주고 받는 촌철살인식 '핑퐁대화'로 오래 전부터 교류해온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인 이날 오후 회담에서 전향적인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文 "남북 국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선물 주자"
두 정상은 27일 오전 11시 55분쯤 오전 회담을 종료했다. 오전 10시 15분쯤 본격적인 회담에 돌입한 뒤 약 100분간 대화를 나눈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전 회담 마무리 발언에서 “아주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아주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이야기 된 게 발표되고 한다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김정은, 거침없는 행보·농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주도
핵·탄도미사일 도발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우리에겐 ‘독재자’ 이미지가 더 강한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당일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약 5초간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깜작 방북’이 이뤄진 것은 김 위원장의 즉흥 제의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남북정상이 첫 만남을 가졌다.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역사적인 악수를 하면서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며 “이에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말하며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시선을 끄는 김 위원장의 행보와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그러면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며 “불과 200m 오면서 ‘왜이리 멀어보였을까’, ‘또 왜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태운 차량이 27일 오후 오전 판문점 정상회의 후 오찬을 하기위해 북측 판문각으로 돌아가고 있다. 2018.4.27 2018.4.27 |
◆ 北매체 이례적 신속보도…전문가들 "이미 예정된 그림 위에서 덧칠해나가는 느낌"
북한 매체의 이례적인 보도행태도 이번 회담 성과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소식을 전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이날 신문 1면 탑에 이 같은 소식을 실으며 비중 있게 다뤘다.
북한 선전매체들의 기대감 섞인 보도행태도 주목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새 역사 창조의 기점”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그러면서 “북남관계도 자주의 궤도를 따라 전진했다”며 “세 번째로 되는 수뇌상봉과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은 6.15공동선언의 핵인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구현하는 과정으로 됐다”고 밝혔다.
대남·대외 선전매체들의 보도도 궤를 같이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적 사변”이라고 했으며, ‘메아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4월 27일이 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4.27 |
◆ 정상회담 ‘후반전’ 돌입…비핵화 합의 ‘촉각’
오찬 후에는 두 정상이 다시 만나 식수, 군사분게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친교 산책 등을 한 뒤 다시 평화의집에서 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한 ‘오후 회담’을 이어간다.
선언문이 나올 경우, 두 정상은 서명식을 갖고 이를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공동 선언문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것은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지는 가이다.
특히 핵무기 포기, 핵폐기 방식, 핵사찰 등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 두 정상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사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비핵화 문제가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비핵화 부분에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 남북이 오해의 소지가 없게 해야 할 것”이라면서 “합의문에 ‘단계적 비핵화’라는 표현 등이 담기면 향후 논란이 일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전에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온 것 같다. 이미 예정된 그림 위헤서 덧칠을 해나가는 분위기"라고 오전 회담에 대해 평가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