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3천억 반영에도 카타르 등 저가 사업장 불안
잇따른 어닝쇼크로 신뢰 잃어.. 인수 철회에 결정타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우건설 M&A(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이 손을 내젖게 한 대우건설의 해외건설사업 부실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6년 대우건설 매각을 앞둔 1조원 규모의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해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을 미리 처리했다. 하지만 원가율 상승에 따른 해외 손실은 끊이지 않고 있다. 10여 곳에 이르는 해외 저가 사업장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손실이 더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카타르 고속도로 현장, 이라크 알포, 알제리 RDPP를 포함한 저가 사업장에서 손실이 계속될 전망이다.
저가로 수주한 사업장은 10여 곳으로 지금까지 빈번히 손실이 발생했다. 이들 사업장은 대부분 준공을 하지 못해 잠재적 손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 대우건설은 앞서 2016년 1조원대 잠재적 부실을 회계에 반영해 재무 건전성을 높였다고 자신했다. 이런 이유로 그해 영업손실 4672억원, 당기순손실 754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해외손실을 막지 못했다.
4분기에 '어닝쇼크'를 안겨 준 사업장은 모로코 사피 IPP(석탄화력발전소) 현장이다. 계약금액 1조9819억원 규모로 지난 2014년 9월 착공했다. 오는 7월 준공 예정으로 작년 말 1호기 시험 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운전 중 고압급수가열기 튜브 손상이 발생해 기자재를 다시 제작하면서 원가가 크게 뛰었다. 앞서 3분기에는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 사업에서 1450억원, 모로코 사피에서 230억원의 추가 비용을 처리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사진=이동훈기자> |
이같은 '보이지 않던 손실'은 해외사업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 입장에선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인수 후 당분간은 대우건설이 추정한 원가율 현황을 바탕으로 현 대우건설 해외 인력들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연거푸 해외 손실을 내고 있다 보니 호반건설 입장에선 통제할 수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호반건설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8일 만에 대우건설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톱클래스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시장에서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18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익은 커녕 영업손실 1432억원을 떠안는 결과를 나왔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현대건설에 이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기대됐다. 주택사업 호황에 잠재적으로 손실 처리한 비용이 환입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결과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3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혜논란이 일 만큼 유리한 조건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평가됐던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한 것은 대우건설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이제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이 분석한 해외사업 원가율 현황을 타 업체들이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우건설 매각은 더욱 미궁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이유로는 해외사업의 기술력과 영업망이 꼽힌다”며 “손실을 깨끗하게 털었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김 회장 입장에선 1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