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R&D·산업생태계·수출 전략, 세 갈래 대전환 로드맵 제시
이재명 정부, '방산·민군 통합 조달청' 구상 본격 검토 중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2026년은 방위사업청(방사청)이 문을 연 지 20년이 되는 해다. 2006년 1월, 국방부의 전력획득 관련 기능을 통합해 출범한 이 조직은 지난 20년간 약 270조 원 규모의 주요 무기체계 사업을 관리·감독하며 대한민국 방위산업 행정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술 경쟁과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2020년대 중반, 방사청은 지금 '제2의 개청기'를 맞고 있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2일 정부 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청 20주년 기념식 및 신년사에서 "방위사업청을 '국가방위자원산업처'로 승격해 국방자원 획득과 산업정책, R&D, 수출까지 총괄하는 구조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조직의 위상 재정의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18일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방위산업 대전환을 통한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을 제시한 바 있다.
방사청은 2006년 개청 당시만 해도 방위력 개선사업의 계약과 절차 관리 등 전통적 '획득 행정'이 주 기능이었다.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K-2 전차, K-21 장갑차, 장보고-III 잠수함, 천궁-II 등 주요 무기체계의 국산화·수출 과정을 주도하며 '산업형 기관'으로 변모했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2022년 폴란드 대규모 K-방산 수출, 2025년 화력체계 고도화 사업(약 9조 원 규모) 등 굵직한 사업을 총괄했다.
이 청장은 이날 "현재 방사청은 국방 R&D 방향 설정, 기술·공급망 관리, 산업 생태계 구조 설계, 방산 수출과 국제 협력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해야 하는 단일 체계"라며 "기존의 제도와 조직으로는 이를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은 이날 연설에서 방위산업 정책의 전환 방향을 세 갈래로 제시했다. 첫째, 국방 R&D의 출발점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무기체계 개발이 군 전력 소요를 충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산업적 파급력과 연계한 '전력 확보와 산업 성장의 동시 추진 체계'로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드론, 우주 기술과 같이 개발·시험·양산·수출이 연속선상에 있는 첨단 분야에서는 초기에 기획부터 민간과 군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둘째는 방산 생태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 중심의 납품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연구·시험·부품 단계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은 "불합리한 진입 장벽은 낮추되 공정한 경쟁의 규칙은 강화하겠다"며, 이번 개편이 산업 구조를 흔드는 정책이 아니라 'K-방산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방산 수출을 '기업 중심 계약사업'이 아닌 '국가전략사업'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수출계약 체결에 그치지 않고, 이후 군수지원·기술협력·민간사업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의 관리체계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권역별 협력전략을 체계화하고, 외교·산업·안보를 아우르는 '수출 이후 책임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방산 수출 4대 강국이라는 국정과제를 실질적으로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 청장의 제안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조직 개편 구상과 맞물린다. 정부는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방위사업청-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방기술품질원'의 기능 통합을 검토해 왔으며, 복수의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국가방위자원산업처(가칭)' 신설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 중이다. 이 조직이 출범할 경우, 국방 자원 획득은 물론 경찰·해경·소방 등 민수 분야 장비 조달까지 아우르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군을 넘나드는 기술 융합 시대에 방위산업은 더 이상 군수품 생산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방위사업청이 '산업정책 중심기관'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정부 내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청장은 이날 마지막 인사에서 "조직 개편은 누군가를 밀어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을 더 제대로 쓰기 위한 변화"라며 "개청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방위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겠다"고 다짐했다.
방사청은 오는 2월 '제2의 개청을 위한 조직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학계·산업계·군이 참여하는 구조개편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20년간 쌓아온 방위사업 시스템이 '산업정책·수출·기술혁신'의 종합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