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직접 '치부' 드러낼 가능성 낮아…선전매체 활용할 듯"
[뉴스핌=노민호 기자] 군 당국이 최전방 지역에서 진행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북한이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다.
2017년 1월 8일 육군 장병들이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에 있는 대북확성기 위장막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북 확성기 방송이 송출하는 FM 라디오 '자유의 소리'는 북한 병사가 귀순한 지난 13일 이후 이러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귀순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실과 함께 북한 병사 치료 현황 및 북한군 추격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번 대북 방송은 최전방 지역에서 근무 중인 북한 병사들의 사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 관계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지난 2004년 남북 합의로 MDL 인근에 설치된 대북 방송용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으나,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을 기점으로 한국 정부는 이를 다시 설치했다.
이후 2015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에 목함지뢰를 매설하자, 한국 정부는 중단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경기도 연천 지역 내 대북확성기 쪽으로 포격 도발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48시간 내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협박했었다. 북한은 협박 전통문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김양건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명의의 서한을 한국 측에 보내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의사도 표시했다.
이 같은 '화전양면술'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이후 한국과 북한은 이른바 2년 전 '8.25 합의'를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합의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북한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다.
합참은 지난 2016년 1월 13일 서울에서 발견된 북한군의 대남 전단을 공개했다. 전단에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방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합참> |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식 반응을 내보이면서까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관망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7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용 방송에는 침묵하겠지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JSA 귀순 병사 방송을 내보내면 대외용 선전매체를 통해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포격 등 무력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0%라고 확언할 수 없다"면서 "(최전방) 북한 군인들이 직접 듣게 되는 방송인 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그냥 놔두기는 어려울 것. 북한은 현재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소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JSA 귀순 병사를 직접 거론하지 않는 형식을 통해 대남 경고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 다른 구실을 들어 무력시위도 할 수도 있지만, 이번 건으로 우리에게 물리적인 해를 가하는 그런 도발을 당장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물론 북한의 무력 도발은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대북 확성기 방송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봤을 때 북한으로서는 (무력 도발이라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작전 사항이라 상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도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북한 도발 뿐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측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군은 북한이 언제든지 추가 도발을 실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