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빈라덴그룹 등 메이저 기업 이탈로 흥행 찬물
인수가 3천~4천억 빠진 1.8조원대 전망..채권단 '성난 얼굴'
[뉴스핌=이동훈 기자] 하반기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히던 대우건설 매각이 기대와 달라 글로벌 기업의 불참으로 열기가 급랭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대부분 중견 기업과 사모펀드(PEF)로 구성돼 매각 후 시너지 효과도 불투명하다. 특히 저가 투찰이 예상돼 산업은행이 매각가격 '마지노선'으로 책정한 2조원대 붕괴도 가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이 애초 예상보다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자금력이 충분한 기업이 적어 매각 성사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3일 마감한 예비입찰에 국내외 10여 곳이 인수의향서를 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와 빈라덴 그룹과 같은 굴지의 기업이 참여하지 않자 열기를 크게 식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대우건설 사옥 모습<사진=이동훈기자> |
일단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발을 빼자 대우건설의 매각 이후 행보에 실망감이 커졌다. 아람코가 인수할 경우 대우건설은 단숨에 글로벌 건설사로 우뚝 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람코의 자산가치가 30조 달러(한화 3경 3800조원)에 달하고 자체적으로 발주하는 공사 물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사우디에서 신도시 15곳을 개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대우건설 인수 후보로는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과 미국 설계회사인 에이컴, 미국 투자회사 TRAC그룹,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을 포함해 10여 곳이다. 글로벌 기업과는 중량감이 크게 떨어진다. 인수 후보 중에는 에이컴과 미국 TRAC그룹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대우건설의 인수 가격을 2조원 밑으로 써낸 상황이다. 대우건설의 미래 가치를 고려해 경쟁적으로 인수전을 펼치기보단 낮은 가격에 인수하길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수의향서에 제시한 인수 희망가격이 구속력은 없지만 중견 기업으로 구성된 인수전에서 몸값이 크게 뛸 공산도 낮다.
이같은 실망감은 주식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예비입찰 마감 당일(13일) 대우건설 주가는 전일보다 400원(5.93%) 빠진 6350원에 장을 마쳤다. 14일에는 60원(0.94%), 15일 들어서도 장마감을 앞두고 전날대비 140원이 떨어지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각공고 이슈로 8000원대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한달 만에 6100원대로 꼬꾸라졌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매각으로 발생한 투자손실도 1조4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50.75%)을 인수하면서 유상증자를 포함해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주당 가격이 1만5000원 수준. 현재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0% 얹어도 산은이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1조8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대우건설의 기업 정상화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우건설의 새로운 주인은 본입찰을 진행하는 다음 달쯤 윤곽이 들어난다. 산은은 이르면 이번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적격 후보(숏리스트)를 가린다. 적격 후보로 선정된 기업은 대우건설 실사를 벌여 인수가격과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본입찰 때까지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후보군을 알긴 힘들지만 중견 기업들이 거의 다 인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건설업황 부진과 시너지 부재와 같은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이 막판 관심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가격을 최대 2조원 후반대를 구상했던 산업은행이 지금으로선 2조원을 손에 쥐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