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부 '은행권-국채' 연결고리 약화 목표
독일 시큰둥… 도덕적 해이, 낙인효과 우려
[뉴스핌= 이홍규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구조화 상품과 닮은꼴 채권을 발행해서 유럽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까지 유럽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유로존 금융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구조화 안전채권 발행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유로존 단일 채권 발행과 마찬가지로 장애물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FT)가 지난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옵션은 유동화 증권의 개념을 차용하는 '유럽 안전채권(European safe bonds·ESBies)'의 발행을 골자로 한다. 남유럽 국채를 포함한 다수 유로존 회원국 국채를 한 데 묶어 이를 담보로 하는 보다 안전한 채권으로 포장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일종의 변형된 단일 유로채권(Eurobond)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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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통신> |
여러가지 위험 수준의 채권 구조를 통합한 이 구조화 채권은 유로존 주변부 은행권과 주변국 국채 간 형성된 '파멸의 올가미(doom loop; 재정이 취약해진 정부를 위해 국채를 사들인 은행권이 부실해지고 이런 은행들을 지원하다 정부 재정이 다시 취약해지는 것을 의미)'를 끊을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특히 은행권에 '대체 안전 자산'을 제공함으로써 은행권과 정부 간 의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ESBies' 개념은 지난 2011년 한 유럽의 경제전문가 단체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됐다. 이후 지난 5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보고서를 통해 ESBies과 같은 국채담보부증권 시장 창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효익 여부를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
JP모간의 지안루카 샐포드 전략가는 "시스템을 훨씬 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사회적 편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SBies 시장의 창설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유로존에서 막강한 독일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ESBies가 독일이 이전에 반대했던 유로채권(Eurobond)과 부채공유제(debt mutualisation)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지만, 여전히 ESBies로 부채가 공유화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시장 참가자들에게 이 구조화채권에 문제가 생기면 유로존 당국이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낙인 효과가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탈리아 금융감독기관인 CONSOB의 마르첼로 미네나 금융 혁신 및 퀀트 분석 책임자는 "유럽안전채권 도입은 시장에 유로존이 두 개의 다른 금리 구조를 받아 들인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만약에 한 채권이 이 구조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이 채권은 '정크본드'가 돼 나중에 발행 주체는 차환이 힘들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고수익 국채를 낮은 수익률의 안전 채권으로 대체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