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필두로 6월 매도 규모 460억달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은행권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소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본격 대비하고 나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달 하순 잭슨홀 미팅에서 향후 양적완화(QE)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산 매입 규모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권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유로존 <출처=블룸버그> |
9일(현지시각) 제프리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권의 자국 국채 보유 물량이 지난 6월 200억유로 가까이 줄어들었다. 5월 94억달러 감소한 데 이어 대규모의 ‘팔자’가 이뤄진 셈이다.
지난 6월 은행권의 국채 보유량 감소 규모는 사상 최대 기록에 해당한다. 또 2개월에 걸친 축소 폭이 전체 물량의 7.2%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유로존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유럽 은행권이 국채를 460억유로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ECB와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지속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ECB는 7월 이탈리아 국채를 96억달러 규모로 매입했다. 이는 QE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로, 과매수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최근 국채 비중 축소는 이미 스페인의 금융권이 국채 수익률 상승을 점치고 비중 축소에 나선 데 이어 같은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탈리아 은행은 국채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기 때문에 매도가 이어질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은 지난 5월과 6월 상승 흐름을 탔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에 근접, 독일의 0.43%는 물론이고 스페인의 1.41%와도 커다란 차이를 벌이고 있다.
UBS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150bp에서 움직이는 독일 대비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190bp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ECB는 저리 대출을 통해 유로존 금융권에 7600억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주변국 가운데 가장 커다란 혜택을 얻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이탈리아 은행이 ECB의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2500억유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