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부터 유가까지 예측 빗나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들이 체면을 구겼다. 유럽을 중심으로 운용 전략이 빗나가면서 강세장에 눈덩이 손실을 떠안은 것.
가뜩이나 헤지펀드의 저조한 실적으로 연기금과 대학 장학기금 등 기관들의 자금 회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또 한 차례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월가의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런던 소재 헤지펀드 업체인 오디 애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핀 오디 대표가 이끄는 유럽 펀드가 지난 7월 10%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이 펀드는 7월 9.8%의 손실을 내면서 12개월 손실 규모가 12%로 불어났다.
오디 대표는 미국 금융위기 당시 바클레이즈 은행의 주가 상승에 과감하게 베팅했다가 전략이 적중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는 최근 주가 하락을 겨냥하고 포지션을 구축했다가 예상과 달리 주가가 강한 저항력을 보이며 오른 데 따라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
오디 대표의 내리막길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지난 2년간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오디 애셋 매니지먼트에서 자금을 상환한 것.
지난 4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서 오디 대표는 펀드의 자산 규모가 3월 말 기준 9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증시에서도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하지만 다우존스 지수가 2만2000 선을 사상 최초로 뚫고 오르면서 최고치 랠리를 펼치는 등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오디 대표는 에너지 업체 툴로우 오일의 주가 하락을 점쳤지만 실상 주가는 지난 7월 13%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영국 보험업체 랭커셔 홀딩스도 오디 대표의 전망과 달리 6% 상승하면서 손실을 봤고, 영국 파운드화와 국채 역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오디 대표의 하락 포지션에 흠집을 냈다.
유럽의 또 다른 대형 헤지펀드 매니저인 브레반 호워드도 지난 7월 간판급 펀드에서 3.8%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그가 이끄는 칵스턴 어소시어츠는 운용 자산 규모가 65억달러로, 올들어 대표 펀드에서 11%의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홍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에너지 트레이더인 앤드류 홀은 자신이 설립한 코네티컷 소재 헤지펀드 업체 아스텐벡 캐피탈의 대표 펀드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셰일 업계의 생산 확대가 유가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자금을 베팅했지만 실상 유가가 강한 저항력을 보인 데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떠안았다.
한편 헤지펀드 리서치 업체 HFR에 따르면 자산 규모 3조1000억달러의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는 연초 이후 지난 2일까지 평균 3.6%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