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부 최영수 차장 |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오는 29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정부가 떠안고 있는 외교·통상분야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늑장인사로 결국 '통상장관'이 수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과거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정상회담이라는 오명이 불가피하다.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할 통상당국의 수장은 혼선을 거듭하다 방미를 하루 앞둔 26일에서야 산업부 1차관으로 결정됐다. 통상당국의 수장인 산업부 장관이 당연히 수행해야 하지만 전 정부의 인사라서 제외됐고 통상업무를 다년간 맡아왔던 2차관도 결국 명단에서 제외됐다.
통상장관이 빠진 정상회담. 사드 논란에 혼이 빠져 혹시 통상부문 현안은 잊은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통상당국인 산업부 장·차관에 대한 인사가 이처럼 후순위로 밀려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전후부터 약 두 달간 후보자 하마평에 오른 사람만 무려 십여 명이다. 그들 중에는 깐깐해진 인사검증에서 탈락된 이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먹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산업·통상당국을 존재감 없는 부처로 전락시킨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이다.
실제로 새 정부의 공약과 정책기조를 보면 고용과 환경, 복지 등 타 분야에 비해 산업통상자원 정책은 소외된 게 사실이다. 심지어 여권의 저변에는 아직도 '대기업 부처'라는 낡은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물론 산업부가 과거 수출진흥 정책을 추진하며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쳤던 때도 있었다. 또 에너지 빈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값싼 석탄과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배고픔을 면했고 먹고 살만 하다 해서 과거의 정책들을 부정하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과거 정책의 수혜는 결과적으로 온 국민이 값싼 전기로, 수출로, 일자리로 돌려받은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가 아직까지는 80% 안팎의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민심도 결국 외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를 생각할 때 수출과 통상, 에너지의 중요성은 다른 것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경제심리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새 정부가 풀어야할 '먹거리 숙제'가 산적하다.
그런데 출범한 지 두 달 가까이 통상당국의 장관 인사를 미루다 정상회담에도 동행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혹시 새 정부가 '사드 논란'에 휘둘려 정작 먹거리는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개혁과제를 과감하게 추진하며 정권 초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경제문제를 소홀히 여기면서 결국 이명박정부가 탄생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문재인정부가 노무현정부의 뼈아픈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