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 신고액과 실집행액 괴리 갈수록 커져
중국발 투자, 사드 등 영향으로 70% 이상 급감
양적 확대보다 질적 성장으로 바로잡아야
정경부 최영수 기자 |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액이 신고액 기준으로 2년 연속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노심초사했던 산업통상자원부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한껏 고무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과연 잘 되고 있는 것일까. 화려한 실적 뒤에는 정부가 차마 웃지 못 할 속사정이 있다.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최근 몇 년 새 신고액과 도착액의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기업을 상대로 열심히 홍보해서 투자결정을 이끌어 냈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도착기준 외국인투자액은 97억5900억달러에 그쳐 전년(165억달러) 대비 40.9%나 급감했다. 2015년 신고기준(209억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중국발 투자 현황을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발 신고기준 투자액은 지난해 20억4900만 달러로 전년대비 3.6% 증가하는데 그쳤다. 2015년에 전년대비 70.6%나 급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냉랭해진 분위기다.
도착기준 투자액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발 도착액은 4억3200만달러에 그쳐 전년대비 75.7%나 급감했다. 2015년 전년대비 4배 이상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정부는 전년도 대형 투자가 선행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사드 배치'를 강행한데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연관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유형별로 '그린필드형'과 '인수·합병(M&A)형' 두 가지로 나뉘는데 M&A형은 대주주나 경영자만 바뀌는 것이어서 투자효과가 거의 없다. 그린필드형 투자가 많을수록 바람직한 것이다.
그린필드형 투자의 경우도 신고 기준만 보면 낙관적이다. 2011년 117억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150억 달러로 28% 늘었고, 연평균 5% 이상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투자액에서 그린필드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70~80% 수준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투자액(도착액) 기준으로 보면 역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2011년 51억 달러 수준에서 2015년 77억달러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65억달러로 되레 줄었다. 그린필드형 비중도 60%대에 머물며 2011년(77.4%)보다 줄어든 상태다.
결국 정부에서 외국인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는 늘지 않았고, 질적인 투자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신고 기준 실적을 쌓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나빠지는 데도 덩치가 커지고 있으니 괜찮다는 식이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양적인 투자보다는 질적인 투자를 우선시해야 한다. 대통령 순방을 빌미로 앞뒤 안 가리고 '사상 최대' 운운하며 투자실적을 홍보하는 겉치레를 벗어던져야 한다. 속은 곪아 가면서 덩치만 키우는 건 우리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