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리메이크 열풍 “영화는 그대로…보는 눈은 변화”
젊은층 “신작이나 마찬가지” 발길, 전작명성 기대면 폭망
[뉴스핌=김범준 기자] 복고(復古·Retro)의 바람을 문화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신작이 쏟아지는 영화와 공연 분야에서 구작(舊作)이 재개봉되기도 한다.
CGV는 압구정, 신촌아트레온,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부산 서면 등 전국 곳곳에 'CGV아트하우스'라는 이름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만들었다. 이 곳에서 재상영되는 추억의 명화(名畵)를 감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3일 재개봉한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와 이번달 20일 재개봉한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1984)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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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 왼쪽)와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1984) 포스터 |
재개봉 영화를 즐겨본다는 이영준(30대)씨는 "구관이 명관이다. 옛 영화를 보면 볼수록 새로운 느낌을 발견하게 된다"며 이유를 밝혔다.
아이디 '비노'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지난 24일 '천국보다 낯선'을 보고난 후 "영화는 그대로인데 그걸보는 내 눈은 바뀌었다. 무엇이 내 눈을 바뀌게 한것일까"라고 영화평을 남겼다.
추억에 젖는 재관람객 이외에도 재개봉을 통해 처음 접하는 젊은층 관객들도 상당수 있었다. '일 포스티노'의 경우 20대의 예매율은 전체의 37.1%를 보였으며, '천국보다 낯선'은 54.8%로 나타났다.
대학생 장보나(24)씨는 "옛날 영화라도 내가 보지 못했던 좋은 영화를 이런 기회로 볼 수 있다면 신작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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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포스티노' 예매율 분석 그래프=CGV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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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예매율 분석 그래프=CGV 홈페이지 캡처 |
구작을 그대로 재상영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원작을 바탕으로 리메이크해 재개봉한 작품 역시 복고풍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는 원작 애니메이션(1991년)을 바탕으로 실사로 리메이크됐다. 관람객 평점 9.02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몰며 전국의 스크린을 장악했다. 지난 23일까지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직장인 한정화(32)씨는 "어릴 적 동화가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소싯적 다들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흥행은 이미 보장됐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녀와 야수'는 지난 1991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1992년 7월 국내 개봉했다.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로도 보급됨에 따라 90년대 이전 출생자라면 안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후 2012년 4월 원작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 차례 재개봉했다. 그리고 올해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며 실사화된 '미녀와 야수'가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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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991년, 2012년, 2017년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포스터=Walt Disney] |
재개봉 모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에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며 최종 누적 관객수 488만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2'는 7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복고는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안전한 전략이지만, 전작의 명성에만 기대 당시 감수성을 담아내지 못하면 실패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