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에 힘 보태겠다는 명분 불구, 나랏빚 걱정은 부담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과 동시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공약, 경기 부양을 공식화했다.
13일 정치권 및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의 대규모 추경 편성 공약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10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대규모 추경 편성에 돌입해 '경제부흥 2017'을 집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이 일단락되면서 소비심리 개선 기대가 나오고, 대선에 이은 새정부 출범을 맞아 경기 부양 가능성이 커지고 있던 차에 유력 대선 주자가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명분은 없지 않다. 수출을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기에 추경으로 힘을 보태자는 것.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경제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생산 및 투자가 개선되고, 소비도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3월 수출액은 489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3.7% 늘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에 광공업 생산은 올 들어 2월까지 전분기 대비 1.9% 증가했다. 2월 서비스업 생산은 소매판매 증가에 따른 도소매업 호조, 주식거래 증가 등 금융보험업 개선에 힘입어 전월보다 0.1% 늘며, 4개월 연속 증가했다.
2017년 1~2월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3.0% 늘었으며, 건설투자는 민간 주택건설 호조와 사회간접자본(SOC) 집행 본격화 등으로 반등, 2월엔 전월보다 7.8% 증가했다.
소비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다. 올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2% 늘었다. 2016년 11월 -0.3%, 12월 -0.5%, 올해 1월 -2.0% 등 3개월 연속 감소 후 반등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2% 상승, 2012년 6월(2.2%)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같은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10월(102.0) 이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는 지난달 제조업 업황 BSI가 79를 나타내며, 전월보다 3포인트(p) 올랐다. 올 들어 3개월째 상승세로, 2015년 4월(80)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용 역시 개선 가도에서 뒤쳐지지 않는다. 2017년 3월 취업자는 전년동월 대비 46만6000명 증가, 2015년 12월 49만5000명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정부 역시 추경 편성에 보다 우호적으로 돌아선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보복에 나서면서, 우리경제 성장률 둔화 우려가 일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 강화 기조도 무시할 수 없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말 경제지표 속보치를 보고 추경이 필요한지 미리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소한 1분기 경제지표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던 이전 입장과는 사뭇 달라졌다.
다만, 심상찮은 나랏빚 증가세가 부담이다. 정부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보면,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35.7조원 늘어난 62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공무원·군인기여금, 연금충당부채 등을 포함한 보다 넓은 의미의 나랏빚인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1433조1000억원으로 2015년보다 139조9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복지 강화를 위한 재정지출이 더욱 요구될 것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박근혜정부에서는 2014년을 제외한 2013년, 2015년, 2016년 모두 추경을 편성, 4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국가채무가 184조원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재정 상황이 선진국과 비교해 양호하다는 판단 아래, 재정 확대 정책 권고는 끊이지 않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자은행(IB) 소시에떼 제네랄(SG)과 노무라(Nomura)는 지난해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6%(2015년)을 크게 밑돌아 확장적 재정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주요 IB들의 예상 추경규모는 10조원(노무라), 15조원(시티), 20조원(바클레이즈)으로 다양한데, 이 중 노무라는 추경이 성장률 0.2%p 제고 효과를 가져와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상쇄할 것으로 추정한다.
문재인 후보는 "살림이 어렵다고 소극적 재정계획을 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권고사항으로,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도 재정지출 증가율을 현재 연평균 3.5%에서 7% 수준으로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이) 필요하다면 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