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ㆍ벌금 남발..호텔사업도 불투명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자는 없어" 지적도
[뉴스핌=함지현 기자] 중국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성 조치를 남발하면서 롯데 주요 계열사들의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 계열사 중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롯데마트다.
중국 롯데마트 매장 중 중국 당국으로부터 소방법 위반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곳은 총 39개에 이른다. 화동법인 35개(장쑤성 29개·안후이성 2개·저장성 4개), 동북법인 2개(랴오닝성 2개), 화북법인 2개(허베이성 2개) 등이다.
현재 롯데마트가 롯데슈퍼 매장을 포함, 중국에서 11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전체 매장 중 약 1/3 가량의 매장이 문을 닫게 된 셈이다.
특히 중국 내에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불매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롯데에 대한 부정적 여론몰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영업조치를 받게 될 매장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베이징시 당국은 허위 할인 및 오해 여지가 있는 가격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다수의 롯데마트 중국 점포에 50만위안(약 8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회사측은 현지 관행처럼 이뤄지던 사안인데 롯데마트에 대해서만 벌금을 부과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롯데마트는 2007년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체인 '마크로(Makro)'를 인수하면서 현지에 진출, 올해로 사업 10년째를 맞았다. 연 매출은 1조원 규모로 전체 매출규모가 약 3조원인 롯데의 중국 사업 중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롯데의 중국 공략의 선봉이 꺾이게 된 셈이라 내부의 우려가 적지 않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식품이나 호텔, 면세점과 같이 중국을 공략하던 다른 계열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중국 정부는 롯데제과가 미국 허쉬사와 합작해 현지에서 가동하고 있는 초콜릿 공장에 대해 소방 안전시설 미흡을 이유로 1개월 생산정지 처분을 단행했다.
연 800억원 규모의 매출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이외에 롯데의 제조 계열사에 대한 첫 보복성 조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롯데칠성과 같이 중국 내 생산시설이 있는 다른 계열사로까지 제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호텔사업 중국 진출 역시 안갯속에 빠졌다.
호텔롯데는 오는 2018년 4월 중국 위해지역에 신설되는 호텔을 위탁운영 하면서 첫 진출한 뒤 2018년 옌타이, 2019년 청두지역에 진출할 방침이었다. 또 롯데가 약 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를 통한 추가적인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롯데월드 선양'에 제동을 걸고, 시트립과 같은 중국 유력 온라인 여행사이트에서 롯데호텔이 삭제되는 등 부정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롯데호텔의 중국 진출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여부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재 위해지역 호텔 공사는 추운 날씨로 인해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중국 현지 사업 차질 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롯데면세점도 손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은 현지 여행사들에게 오는 15일 이후 한국행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롯데면세점의 피해는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 중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70% 이상인 데다, 절반 이상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방문하는 만큼 이르면 다음주 부터 매출감소와 같은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피해를 최소화 해볼수도 있지만 현지의 반한 감정 확산이 개별 관광객의 감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이같은 전방위적 공세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정부 대 정부의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한 업체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통해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너무 과열된 측면이 있으니 냉정을 되찾고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롯데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 시국이 사실상 그럴 동력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