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없으면 사업추진 힘들어.. '기업용 복지'란 비판도
[뉴스핌=이영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밝힌 향후 10년간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제동이 걸리는 양상이라 주목된다.
인프라 투자 방법인 민자사업이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현재 환경관련 법령 등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만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지난 12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추진하는 인프라 투자 정책이 연방법 등에 의해 강하게 제동에 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프라투자에서 걸림돌에 걸린 일례로, 60년 전에 발표됐지만 아직도 추진 중인 로스엔젤레스(L.A.) 카운티의 6마일짜리 도로연장 건이 꼽혔다.
◆ 실행까지 수십년 걸려...법규 개정 필요
<출처: FT,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 |
도로연장 계획 추진이 60년이나 걸린 이유는 1966년에 미국역사유물보존법, 1970년에 국가환경정책법, 1973년에 희귀종법 등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들 법이 요구하는 절차와 요건을 갖추는데 수십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미국 국가재건 및 재투자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이 추진하는 480억달러 규모의 도로교통 프로젝트도 당시 바로 착공할 수 있었지만 관련 법 규제로 2012년까지 진행율 70%에 못미쳤고 2015년에는 의회에 몇몇 교량개체에 대해 요건 면제를 결정해야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지난달 24일 행정명령을 발급하면서 "다리하나 허무는데 15년의 환경관련 규제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는 의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그나마 인프라투자가 제대로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민자사업자만 혜택' 우려 제기
인프라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 전적으로 재정지원으로 하던 인프라투자와 달리 최근 미국에서도 유럽과 같은 민자사업방식(PPP)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뉴욕의 라구아디아공항 터미날공사(규모39.1억달러) 등을 포함해 지난해 미국의 인프라 관련 민자사업 계약규모는 총 101.4억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영국(48.5억달러)을 추월했다.
향후 1조달러 규모의 트럼프 계획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민자사업으로 운영되는 도로 등 인프라 비중은 한참 더 높아질 것이다. 민자사업자 지원이 세제혜택으로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 규모가 1400억달러에 달해 의회에서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나아가 민자사업의 성패에 대해 민간인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성공한 케이스는 문제가 없지만 시카고의 주차요금처럼 악명이 높은 곳이 있다. 수익성이 높은 민자사업자에게는 요금책정이 잘못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샌디에고 해안도로처럼 민자사업이 파산할 경우 정부재정이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미 하원 의장 폴 라이언은 "세제혜택을 배제하지 않으면 인프라 투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민자사업자만 혜택을 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은 "트럼프의 인프라투자 계획은 사실상 '기업 복지'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없어도 가능한 우량 프로젝트만 가져갈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회간접자본으로 인프라투자가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알짜배기만 민간기업들이 챙길 것이란 의미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