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새 전술, 신설 국가무역위원회(NTC) 작품 - WSJ 보도
[뉴스핌=이영기 기자] 미 백악관이 중국과 직접 대립하지 않으면서도 환율문제를 효율적으로 압박하는 새로운 카드를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골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는 대신 자국통화 저평가를 유도해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불공정 보조금지급 행위로 제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설 국가무역위 작품 "싸잡아 보조금 때리기"
<사진=바이두> |
13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직접 대립에서 한발 물러서면서도 위안화 저평가에 대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을 찾고 있다.
신문은 사안에 능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새로운 방안 하에서는 중국을 콕 짚어내는 대신 미 상무장관이 환율조작을 하는 나라는 예외없이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통한 불공정 보조금을 지원 나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기업들이 중국 뿐 아니라 어떤 나라든지 미 상무부에 불공정 보조금지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새 방안은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환율문제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신설한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서 미 행정부는 더 이상 중국과 환율문제로 직접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보다 유연한 스탠스를 취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는 대선 운동에서 취임 첫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다. 그렇지만 취임 후 아무 조치도 없었고 오히려 지난주 시진핑과의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원칙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혀 협력강화를 약속했다.
◆ 새 전술, 내각 심의 거쳐야.. 다른 나라 역공 가능성도
중국의 환율정책은 이슈가 된지 오래됐다. 매년 2회에 걸쳐 재무부는 통화 평가절하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상징적이지만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다.
중국은 지난 1994년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이후 항상 이슈에 올랐다. 최근 미 기업인들은 외환보유국 1조달러 가량을 위안화 절하 방지에 사용하고 있는 중국이 더 이상 환율조작을 하지 않는다고 트럼프행정부를 설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를 화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말로만 그런다"라며 그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율조작을 보조금지급으로 분류하는 것은 미국기업들에게 중국에 대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수입품에 대해 해당국이 불공정하게 보조금을 지원한 것을 문제삼어 언제든지 상무부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분야에서 트럼프팀을 자문해 온 철강업체 누코(Nucor Corp) 전CEO 단 디미코(Dan Dimicco)는 "기업들이 환율조작을 통상법에 호소할 수 있게 됐다"며 "전세계적으로 환율조작은 일종의 보조금 지급형태로 횡횡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에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새 방안이 실행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그간 양적완화를 통해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는 논리로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소식통은 "새 방안은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등 트럼프 내각의 심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