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그룹 및 로펌 업계 초긴장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운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이 백지화되거나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규모 투자가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기대로 주식시장이 최고치 랠리를 지속한 가운데 투자자들을 크게 긴장시키는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사진=블룸버그> |
21일(현지시각) AP 통신은 미국 로비스트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공약이 전면 백지화되거나 대폭 축소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노후 도로와 교각, 공항과 학교 등 다방면에 걸쳐 1조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해 고용을 늘리는 한편 실물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수 차례 공언했다.
이 밖에 인프라 투자에는 병원과 상하수도관, 전력 설비까지 두루 포함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를 최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미국 각 업계 로비스트들은 트럼프 당선자와 주요 부처 장관 지명자들이 약속과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라인스 프리버스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후 첫 9개월 동안 헬스케어와 세제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관한 질문에 라인스 프리버스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당선자 본인도 관련 사안에 대해 한 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선거 결과 발표 후 뉴욕타임즈(NYT)와 인터뷰에서 그는 공식적인 취임 후 몇 년 동안 인프라 투자가 핵심적인 정책이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자는 뉴딜 형태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자신의 정치 철학과 상충한다는 사실을 대선 기간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와 주요 외신들은 그가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에서 발을 빼거나 적어도 이를 이행하는 데 커다란 유연성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지명자들은 언급을 피했다.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기다리고 있던 로비스트와 로펌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2만6000개 건설 업체와 1만500개 서비스 및 납품 업체들을 대표하는 미국 일반건설협회의 브라이언 터멀 대변인은 AP와 인터뷰에서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미국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이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털어 놓았다.
대선 이후 각 업계의 로비스트들은 서한부터 개별 면담까지 인선팀과 접촉해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역 협회들은 연말 상하원 의원들이 한가한 틈을 타 자택으로 직접 찾아 들었고, 건설 납품 업체 협회는 교각 재건 프로젝트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도로운송건축협회는 상하원 의원들에게 연이어 서한을 발송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 측은 여전히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이다.
대선 이후 작성된 한 공문에는 인프라 투자에 1370억달러의 세수를 투입하고 향후 10년간에 걸쳐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 1조달러를 채우는 복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민간 투자자들은 정기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프로젝트가 아닐 경우 자금을 투입할 여지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혁신인프라연합의 케빈 글루바 이사는 “모든 이들이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구체안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누가 자금을 댈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