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속 국정운영 비전 및 정책 제시 못해
지지율 하락속 정치권 '관망'이 배신감으로 이어져
[뉴스핌=조세훈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대선레이스에서 끝내 중도하차했다. 그는 정체성이 모호한 반반(半半)행보를 하며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며 '준비되지 않은 후보'의 모습을 보여왔다. 귀국 후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 속에 막판 승부수를 던진 '대선 전 개헌' 카드마저 여야 정치권에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선불출마라는 선언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반 전 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 이루고 국가 통합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며 대선불출마 선언을 했다.
갑작스러운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전문가들은 예견된 일이라고 바라봤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반 전 총장은 정치현실에 대한 감각이나 인식이 부족했다"며 "막연하게 인지도만 가지고 국내에 왔는데 국내정치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것을 만회할 기회가 있는가 자문해봤을 때 답답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본인이 너무 준비가 부족했고 대선을 쉽게 생각한 것 같다"며 "자신을 중심으로 쉽게 모일 것으로 본게 착오였다"고 내다봤다. 그는 반 전 총장의 잇따른 구설수 역시 준비되지 않은 후보의 모습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보수진영에겐 차라리 악재가 빨리 반영된 게 낫다"며 "현 상황을 보면 빨리 털어야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세력이 없는 신인에게 기존정 치권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을 것"이라며 "금전적 문제 등 그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라고 봤다. 신 교수는 "언어가 정제되어 있지 않고 국민을 이끌려는 설명조였다"며 "이대로라면 다음 주 쯤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정치권의 '관망'자세도 조기 낙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설 전 충청권과 수도권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충청권 지역구인 박덕흠 의원도 지난달 2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돕기 위해 탈당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오른쪽)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이 모여 탈당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배, 박덕흠, 경대수, 성일종, 권석창, 박찬우, 이명수 의원, 정 전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이 10% 초중반(세계일보 13.1%, 문화일보 16%)대로 떨어지면서 탈당 움직임은 관망세로 바뀌었다. 31일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탈당과 관련 회동을 가졌지만 대다수 의원이 즉각 탈당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이 "(정치권의) 이기주의적 태도에 극히 실망했다"고 밝힌 이유도 이와 연관되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범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반 전 총장이 조기 낙마하면서 대선구도는 다시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