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쁘게 돌아간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내년에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와 감세를 비롯한 친(親)기업 정책과 경기 개선이 M&A 활동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직접 적용되는 미국은 물론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운 유럽 내의 M&A도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블룸버그> |
30일(현지시각) 금융정보서비스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M&A 규모는 3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4조4000억 달러보다 15% 적은 규모지만 올해 M&A 규모는 역사상 세 번째,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0월은 M&A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 달로 기록됐다. 10월 말 미국 2위 통신사 AT&T는 타임워너를 85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는데 이것이 올해 최대 규모다. 바로 다음 날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는 미국의 레이놀즈 아메리칸을 47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고 한 주도 지나지 않아 반도체 제조사 퀄컴도 390억 달러에 NXP를 인수를 발표했다. 최근 산업용 가스 기업 프락스에어는 독일 린데와 합병하기로 했다.
올해 100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의 건수는 28건으로 지난해 44건보다 줄었다. 반독점 당국에 의해 일부 대규모 거래가 좌절됐기 때문이다. 제약사 화이자의 엘러간 인수와 할리버턴과 베이커휴즈의 합병은 반독점 규제로 무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불발된 M&A 규모는 7972억 달러에 달해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M&A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세제 개혁과 기업 경영인들의 자신감 개선이 M&A를 다시 기록적인 영역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 수준으로 기업들의 자본 조달이 쉽고 투자자들이 기업에 성장 동력 찾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점도 M&A 시장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페렐라 바인베어그 파트너스의 피터 바인베어그 공동 창업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오랫동안 M&A에 이렇게 낙관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JP모간 체이스의 커트 사이먼 M&A 글로벌 대표도 “M&A 사업 부문에 대한 전망에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가 간 M&A 뿐만 아니라 국내 M&A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스위스의 유럽 M&A 대표인 캐덜 디지는 아시아에서 유럽,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자금 흐름으로 대표되는 올해 M&A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 대표는 유럽 기업 간 M&A도 내년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는 “성숙하고 있는 경제와 M&A 사이클은 올해 미약했던 유럽 기업 간 M&A 증가를 지지할 것”이라며 “유럽 기업들은 최근 활동에서 보이듯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M&A의 제1 종착지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와 해외 현금자산의 본국 환수는 미국 내 M&A 활동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시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금감면(tax holiday)은 M&A를 급격히 늘릴 수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세금감면이 시행된 지난 2005년 미국의 M&A는 34%나 급증했다.
사이먼 대표는 “세금감면이 M&A를 촉진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개리 포스터낵 글로벌 M&A 대표도 “낮은 법인세율과 자본지출 공제, 부담 없는 해외 자산의 환수 가능성은 성장과 기업 이익, 전체 M&A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