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농장 절반 끊겨…푸딩 등 가공업체 '발 동동'
[뉴스핌=한태희 기자] "계란이 없어요. 하루에 8000~9000개를 유통했는데 5000개로 떨어졌습니다. 거래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견돼서 4000개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거래 농장이 전부 끊긴 곳도 있습니다. 심각합니다."
강종성 한국계란유통협회 회장의 한탄이다.
AI 파동으로 계란을 유통·가공하는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계란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기업 생존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1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계란 공급 부족으로 계란을 유통하거나 푸딩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계란 유통 중소기업이다. 특히 수도권 일대 유통사는 폭탄을 맞았다. 충청과 수도권에 있는 양계 농가에서 AI가 많이 발병해서다.
강종성 회장은 "수도권에 계란 유통업을 하는 곳이 1200개인데 모든 기업이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며 "약 20%인 250여개 업체는 농장 거래처가 끊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소기업들은 계란을 양계장에서 가져와 식당과 학교 등에 공급한다. 일반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소매업이 아닌 도매업 위주다. 계란 유통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중소기업 피해가 큰 이유다.
<사진=GS수퍼마켓> |
계란을 가공하는 업체인 A푸드도 AI 파동을 피하지 못했다. A푸드는 삶거나 구운 계란, 액상 계란(조리용 계란물)부터 푸딩과 에그타르트 등 디저트를 만든다. 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은 약 60%. 국내 1위 업체다.
하지만 계란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구매팀 전직원이 한달 넘게 동분서주하고 있다. 원재료인 계란 확보를 위해 전국에 있는 농가를 이 잡듯 뒤지는 중이다.
A푸드 관계자는 "일주일에 1000만개가 필요한데 30~40% 떨어져 원료 수급에 차질이 있다"며 "계속 살처분되는데 50% 이상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계란을 수입하는 안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계란빵을 파는 노점상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대형마트에서 계란을 어렵게 구한다 해도 끝이 아니다. 계란 원가가 올랐다고 1000원짜 계란빵을 인상하기가 어려운 것. 이마트와 홈플러스를 포함해 유통업체들은 계란 소비자가를 5% 안팎 인상했다. 서울 대학로에서 계란빵을 파는 한 상인은 "겨우 계란을 구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충북 음성에서 AI 확진 판정이 난 후 현재까지 가금류 1600만마리를 살처분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