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기업 vs 증권사 갈등 속 거래소 뒷짐
[뉴스핌=조한송 기자] 코넥스 기업의 상장 절차부터 공시, 사업보고서 제출 등을 도우며 기업의 후견인 역할을 해오던 지정자문인제도. 한국거래소와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며 코넥스기업이 시장에 정착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돕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핵심제도로 꼽아왔다. 하지만 제도 시행이후 이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최근 코넥스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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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거래소> |
코넥스상장사 이푸른은 지난달 10일 대신증권과 체결한 지정자문인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이푸른은 30일 이내(이달 2일) 지정자문인 선임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코넥스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다음달 5일 상지폐지 수순을 맞게 됐다.
물론 이푸른은 코스닥 상장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다. 회사 측은 "제조부문을 강화시켜 향후 수익성이 좋아지면 코스닥시장에 직상장하겠다"고 답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도 가능했지만 매년 지정자문인에 지급하는 비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직상장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자진상장폐지를 신청해 작년 초와 올해 초 코넥스시장을 떠난 힘스인터내셔널과 테라텍 역시 지정자문인 제도 등을 이유로 코넥스를 떠난 바 있다.
지정자문인은 증권사가 코넥스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지정 자문인이 돼 상장 지원, 공시업무 자문, 사업보고서 작성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다. 현재 코넥스기업 지정자문인은 인수업 인가를 받은 거래소 회원인 금융투자회사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코넥스 상장사는 증권사와 지정자문인 계약을 맺고 상장절차부터 이후 공시 및 사업보고서제출 등의 시장의무를 이행한다.
하지만 해당 제도에 대한 코넥스기업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동성공급, 공시의무 수행 등 역할은 제한적인데 비해 수수료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문수수료는 증권사마다 차이가 난다. 연간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6800만원 수준에 이른다.
A 상장사 관계자는 "공시에 대해선 도움이 되지만 그 외에 자문 역할은 사실 특별히 도움되는 게 없다. 수수료 역시 소규모 기업으로선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B 상장사 관계자 역시 "코스닥 이전상장과 관련해서 내부통제시스템 정비 등 상장과 관련된 준비로 해야할 것들이 많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자문이나 도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기적 자문이 아닌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김군호 코넥스협회장은 "코넥스기업이 상장 이후에 시장을 통해 자금조달 받는 것은 제한적인데 반해 지정자문인수수료 등 이용료는 지속적으로 나가는 상황이어서 상장사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물론 증권사들 역시 불만은 있다. 코넥스기업의 경우 코스닥 상장사들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게 품을 들이지만 수수료는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A증권사 기업공개(IPO) 관련 임원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해당 회사가 성장해 코스닥에 상장할 경우 추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당장 증권사 수익측면에서 별 도움이 안된다. 에너지를 쏟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했다. 코넥스 기업의 경우 상장시 기업공개(IPO)가 의무화 돼 있지 않아 조달금액의 일정부분(3~5%) 수수료를 받는 코스닥 시장과 달리 수수료 베이스가 적다.
B증권사 IPO 담당자도 "코스닥의 경우 비슷한 업무를 하고 훨씬 높은 수수료를 받는데 반해 코넥스는 그렇지 않다"며 "코넥스 지정자문인에 대한 선호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업계 간 지정자문인의 역할과 수수료 등을 두고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시장 참여자를 늘리고 거래를 활성화해야 하는 한국거래소 역시 뾰족한 방법이나 갈등 조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지정자문인의 역할에 대한 평가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군호 협회장은 "지정자문인 선정 이후 3년정도 되면 졸업제도를 마련하던지 혹은 비용을 내려주던지 어떠한 조치나 대안책이 있어야 한다"며 "코넥스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방법에 대한 개선책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앞선 A 상장사 관계자 역시 "코넥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지정자문인의 역할도 일부 연관돼 있다고 본다"며 "자문인이 유동성 공급이라든가 투자를 좀 연결해준다든가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자문인인 증권사와 상장사 간 이견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정자문인제도 자체는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코넥스시장에서 근간이나 다름 없는 중요한 제도"라며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코넥스 기업이 소액공모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듣고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조한송 기자 (1flow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