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대형화 바람이 증권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대형화는 곧 경쟁력 강화'라는 이미지가 부각된 영향도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의 통합, 그리고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내놓은 금융당국까지 가세해 완성된 합작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요즘 유행처럼 지점으로까지 퍼져나간다. 매년 축소, 감원 등 잿빛으로 채워졌던 증권사 지점 전략에 '대형화'란 단어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변화에 증권맨들의 이목이 쏠린다.
여의도, 삼성역 등에 NH금융플러스 금융센터를 세운 NH투자증권은 광화문에도 같은 대형점포를 만들어 부근 지점을 통합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서울 시내 7개 지점을 도곡, 서초, 명동 등 3곳으로 합치는가 하면 하나금융투자도 복합점포 개설 방안을 놓고 득실을 따지고 있다.
대형점포화 전략. 겉보기엔 화려하다. 삼성증권은 이들에게 '멀티플렉스형 금융센터'라는 수식어도 붙여줬다. PB뿐 아니라 세무 및 부동산 전문가를 함께 배치시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화 점포를 만든다는 전략을 홍보 중이다.
다만 정작 업계 당사자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기대보단 씁쓸함이 먼저다. 대형점포화라는 그럴 듯한 포장지로 차마 가리지 못한 증권사 지점의 현주소가 그렇다. 당장 10여명 안팎에 불과하던 각 지점 직원들은 10배 가량 늘어난 경쟁자들과 먹이사슬 속에서 싸우게 된다. 그것이 고객 수익률에 따른 것이든, 캠페인 실적에 따라서든 결론은 하나.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 남는다.
젊은 후배들 틈에서 승진의 기회를 놓친 50대 부장급 직원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지원부서 직원들의 책상은 하나둘씩 줄어들 것이다. 경쟁에서 밀리면 언제든 구조조정 대상 명단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은 커진다. 그러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진 대형점포화가 서울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점 간 거리가 먼 지방으로 확대될 경우 이들에겐 또다른 선택지가 당장 눈앞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증권사 경영전략을 담당하는 인사들은 점포대형화가 위축된 증권사 리테일 시장의 단면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들보다 더 윗선(?)으로부터 인원감축에 대해 끝없는 압박이 내려오고 있음도 부인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들 중 대부분이 지주 혹은 그룹 계열의 증권사다.
"그룹 차원에서 전반적인 감축을 시행하는 시기다보니 우리도 자유로울 순 없죠. 오프라인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 수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대규모 경쟁을 통해 검증된 PB들을 중심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더 힘들어질 겁니다."
지난 2012년 대비 사라진 증권사 지점은 무려 530여개. 치열했던 '서바이벌 게임'을 이겨낸 이들이 그때 과연 알고 있었을까. 승리의 끝에 그들의 몫으로 안겨지는 대가가 또 다른 경쟁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 뿐이란 걸. 증권맨들의 어깨가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