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만t 파이프 판매 중단 결정
부실ㆍ구조조정에 따른 리스크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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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전민준 기자] 국내 강관기업들이 부실해진 주요 조선사들에 파이프 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22일 철강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세아제강과 삼강엠앤티, 스틸플라워 등 강관기업들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부실 및 정부주도 구조조정 위기에 놓여 있는 조선사로부터 파급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강관기업들은 매년 약 2만t에 달하는 대구경 파이프를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납품해 왔다. 조선사들은 구매한 파이프를 주로 FLNG‧FPSO 등 해양플랜트의 구조물로 사용한다.
FLNG‧FPSO 1기 당 소요되는 파이프는 약 3000t으로 물량이 큰 편은 아니지만, t당 단가가 약 115만원, 마진율은 최대 7%에 이르는 등 부가가치가 높아 강관기업들이 선호하는 품목이다. 그러나 올해는 해당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단 한 건도 따내지 못하면서, 강관기업들의 파이프 공급량 또한 '제로(Zero)'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수주 실적이 합쳐 32억 달러에 그쳤다. 이들 업체가 설정한 연간 수주 목표가 302억 달러인데, 목표 달성률은 10.6%로 매우 저조하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뚝 끊긴 탓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에 들어가는 파이프는 부가가치가 높은데다가 성장잠재력도 풍부하다 하여 지난 2012년부터 강관기업들이 설비를 대거 늘렸다"며 "하지만 설비 가동과 동시에 유가하락 등으로 시장 상황이 고꾸라지면서 골칫덩이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올 하반기는 조선사들이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실위험이 현실화 될 가능성까지 커졌다. 현재 정부는 외국계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의 '조선업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조만간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할 태세다.
통상 조선사가 강관기업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려면 3~4개월 걸리는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강관기업이 받지 못하는 대금이 늘 수 있다. 조선사의 유동성이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자칫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량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거래량이 줄어든 부분은 있다"며 "그러나 강관사가 차후 조선사에서 물량을 수주해도 파이프를 공급치 않기로 한 것은 확실히 부실을 털어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파이프를 구하지 못 할 경우 일본에서 구매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거래중단 리스트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태껏 현대중공업과 직거래하기보다는, 현대제철을 중간에 놓고 공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면, 보통 여기에 들어가는 철강재는 옛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일괄납품(턴키방식)한다. 하지만 대구경 파이프 경우에는 현대제철이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세아제강 등 타 강관사로부터 구매한 뒤 공급해야 했다.
즉 세아제강 등의 입장에서는 현대중공업 때문에 파이프를 생산‧판매하지만, 매출은 결국 현대제철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부실 위험을 떠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으로 들어가는 파이프는 거래대금도 현대제철에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다"며 "직거래였으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강관사들은 조선사에 대한 공급중단을 결정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함께 해야 한다는 목표로 조선사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조선 산업 부진으로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공급중단 결정은 사실무근이다”고 말했다.
삼강엠앤티 관계자는 “자사와는 전혀 무관한 사실로, 공급중단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고 전했다. 스틸플라워 관계자 또한 "전혀 검토된 바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