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 배당 선호…신규 설비투자 제한적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이 뚜렷한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미국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미국 칼라일 그룹의 제이슨 토마스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칼라일에 따르면 연준이 초저금리를 실시한 2009년 후 미국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194% 늘렸으며, 배당 규모는 66.5% 확대했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신규사업 투자는 43% 증가하는 데 불과했다.
특히 저유가 타격을 입은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배당을 늘리는 대신 설비투자를 대폭 삭감했다. 또한 맥도날드나 일라이릴리, 버라이즌 등 비에너지 기업들도 이 같은 투자 축소·배당 확대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토마스 이코노미스트는 은퇴한 연금 생활자들은 당장 투자 수익이 높게 나오는 자산을 선호하고,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에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976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inflation-adjusted interest rate)가 1%포인트(p) 떨어질 때마다 배당을 높게 주는 기업들은 전체 시장지수를 0.76%p 아웃퍼폼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2월~5월 사이 5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이 0.5%포인트(p) 하락할 동안,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배당귀족주 지수는 S&P500지수보다 4.8% 높은 수익률을 냈다고 진단했다. S&P500 배당 귀족주는 최소 25년 연속 배당을 인상한 50개 S&P500 종목을 뜻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배당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세계 경기가 불확실한 가운데 투자를 감행하는 대신 배당을 늘리는 방향을 선택했고, 그만큼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0.8%로 집계되면서 최근 1년간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에 2.5%에서 2%로 낮춘 데 이어, 이번 달에는 1.8%로 또 한 차례 하향 조정했다.
WSJ는 "연준의 초저금리는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됐다"며 "다만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는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