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컴 "어울림, 유증 계약 위반" vs 어울림 "적대적 M&A" 선언
[뉴스핌=진수민 기자] 플렉스컴측이 경영권 매각 계약을 철회한 가운데, 당초 인수 계약을 했던 박동혁 어울림그룹 대표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해 투자자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은 서로 "계약 사항을 위반했다"면서 책임공방 중이다.
29일 하경태 플렉스컴 대표는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18일까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200억원의 자금조달을 (하기로) 계약했으나 증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계약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하 대표는 지난 7일 본인 보유주식 전량 240만6050주(총 발행주식의 17.69%)를 150억원에 박동혁 어울림그룹 대표에게 양도하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가 24일 돌연 이 계약을 해제했다. 플렉스컴측은 24일 계약 해제 내용을 공시하면서 '박 대표의 부속합의서 의무 위반'을 사유로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울림그룹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반격했다.
어울림그룹측은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플렉스컴이 일방적인 경영권양수도 해제 공시를 했다"면서 "이날부터 적대적 M&A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경영권양수도 계약사항에 대해 위반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플렉스컴측이 일방적 계약해지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 대표는 박 대표가 약속한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을 해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7일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때 이미 150억~2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점을 어울림그룹측도 알고 있었고 3자배정 유상증자로 합의한 것"이라며 "일반공모를 통한 증자가 필요했다면 굳이 어울림그룹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상훈 어울림그룹 홍보팀장은 "20일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플렉스컴이 '매입처의 납기일 때문에 3자배정 유상증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럼 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테니 확인을 위해 플렉스컴의 매입처 업체들과 함께보자고 제안까지 했다"며 "하지만 '왜 당신들이 매입처 업체들을 만나려 하느냐'는 실랑이가 오갔고 결국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3자 배정' 부분에 대한 양측의 주장도 엇갈린다.
하 대표는 "어울림측은 20일에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이야기만 꺼냈지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언급한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주식담보 계약 관련 사항도 양측의 주장이 크게 다르다.
지난 17일 플렉스컴은 주식담보 계약 체결 내용을 공시했다. 이날 하 대표는 155만주를 골드산업대부에 담보로 계약을 맺었다. 신한은행, 기업은행의 누적 담보설정까지 포함하면 하 대표의 총 담보설정 주식은 235만700주로 본인 주식의 98%다. 만약 담보권자가 담보권을 전부 실행한다고 가정하면 하 대표의 지분율은 17.69%에서 0.41%로 감소하게 된다.
어울림그룹측은 "추가적 담보제공 계약에 대해 박 대표가 반대했음에도 하 대표가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하 대표는 박 대표와 상의해서 담보 설정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박 대표는 담보대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면서 "하 대표가 단독 진행으로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 대표는 "2014년부터 담보 제공 계약이 걸려있던 부분"이라며 "이부분 또한 계약 당시 박동혁 대표에게 여러차례 말했고 어울림그룹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골드산업대부의 대표가 지인이라 그동안 명시하고 있지 않았던 부채를 17일 주식담보 계약으로 공시한 것일 뿐"이라며 "당시 박 대표가 '인수합병 계약을 했는데 다시 자금을 대출받는 공시를 하면 모양새가 안좋지 않느냐'며 17일 공시하는 것에 반대 의견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플렉스컴의 계약 위반은 아니라는 게 하 대표의 주장이다.
이 팀장은 "어울림그룹은 현재 상당수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적대적 M&A 선언이 나온 뒤 28일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29일 주가는 8%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장중 변동성이 확대됐다. 종가는 마이너스 1.33%로 마감됐다.
적대적 M&A선언 배경에 대해 이 팀장은 "(박) 대표께서 이왕 시작한거 끝까지 해내겠다고 공표하기 위해 선언을 한 것"이라며 "어느정도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팀장은 "대표께서 꼼꼼하게 하려는지 외부에 알리는 것은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 대표는 이번 매각 계약을 철회하고 앞으로 M&A 방식이 아닌 인력보강과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켜 경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플렉스컴은 한 때 5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면서 연성회로기판(FPCB) 분야의 강자로 평가됐지만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부진에 직격타를 맞으며 매출이 급감했다.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474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29억원, 420억원이다.
3년여전 '상장폐지' 경험이 있는 박 대표는 상장사 인수를 통해 스포츠카 사업 등의 재상장 효과를 노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운영했던 어울림정보기술과 어울림네트웍스, 어울림엘시스 등은 지난 2012년 경영난을 겪으며 상장폐지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진수민 기자 (real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