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개시시점 지체하고 자산매각 등 소극적"
[뉴스핌=정경환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독립된 기업구조조정회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도록 하고,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시켜야한다고 조언했다.
KDI는 11일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책은행은 부실기업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을 지체시키고 지원을 확대, 금융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워크아웃 기업들은 자산매각 및 인력 구조조정에도 소극적이었다"고 덧붙였다.
KDI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워크아웃이 개시된 3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책은행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은 일반은행에 비해 늦었다. 반면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는 상대적으로 컸다.
'한계기업 식별 시점(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상태로 3년간 지속된 시점)'에서 워크아웃 개시까지 기간을 비교하면 국책은행이 일반은행보다 평균 2.5년 늦었다. 이만큼 구조조정을 지체시켰다는 얘기다.
대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이 2010년 이후 증가 추세에 있다.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의 총차입금 중 대기업 비중이 2010년 37.9%에서 2014년 47.5%로 늘었다. 특히 이 중 한계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비중은 같은 기간 4.6%에서 12.4%로 급증했다.
즉, 국책은행은 부실이 감지되기 시작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면서 워크아웃 개시시점을 지체시켰던 것이다.
<표=한국개발연구원> |
아울러 워크아웃 기업의 실질적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국책은행은 기업의 구조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의 경우 워크아웃 개시 이후 3년 이내에 70% 정도가 자산매각을 실시했다. 반면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에는 자산매각 실행이 33%에 그쳤다. 인력 구조조정도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기업이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인 경우보다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주채권은행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신청 뿐 아니라 구조조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워크아웃 시점 및 실질적 구조조정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성 이외의 요인도 감안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며 "국책은행의 역할을 설정함에 있어 기업구조조정 기능이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정책적 고려가 불가피할 수 있겠지만)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면서 국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남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이 채권단의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로운 독립된 기업구조조정회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하도록 해 기업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진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아울러 금융당국은 현재 지나치게 확대돼 있는 국책은행의 금융지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금융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책은행은 엄격한 기업실사를 통해 워크아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법원의 회생정리 절차로 유도하는 한편, 대기업보다는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으로 정책방향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