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보다 가격 우려…“1% 물량이 시장 지배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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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황세준 기자] 포스코가 철근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다.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업계 1위인 현대제철과 2위인 동국제강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베트남 법인인 POSCO SS VINA에서 생산한 철근에 대해 KS인증을 받았다. 국내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완료한 것. 이르면 다음달 중 국내 입성이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베트남에서 철근을 제조해 국내에 들여올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해부터 제기됐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며 “포스코는 이미 국내 판매상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늦어도 11월에는 확실히 들여올 것”이라고 전했다.
POSCO SS VINA는 포스코특수강이 지난 2010년 5월 설립한 해외 법인으로 소재지는 베트남 붕따우성이다. 올해 초 포스코특수강이 세아그룹에 팔릴 당시 POSCO SS VINA는 제외돼 포스코그룹에 남았다. 연간 철근 생산능력은 50만t이다.

철근 시장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국내 업체들과 중국산이 경쟁하는 형국인데 포스코가 신규로 진입하게 됐다,
포스코측은 연간 들여올 물량이 “10만t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철근 내수판매 시장 규모인 900만t 대비 1.1%에 불과하다. POSCO SS VINA 전체 캐파를 한국향으로 돌려도 점유율은 5.5%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기존 업체들은 “회사 차원의 별도 대응은 없다”면서도 영업 실무 차원에서 고객사 관리에 나서는 등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시장에 가져올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특히 포스코 브랜드를 단 수입산 철근이 저가로 국내 시장에 판매돼 국산 제품 가격 인상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POSCO SS VINA 제품 원산지가 베트남인만큼 수입재로 분류돼 국산 대비 t당 10만원 이상 저렴한 중국산 제품 가격에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의 경우 일물일가 원칙이 적용돼 1%의 물량이 전체 가격을 지배하는 시장”이라며 “현재도 저가 중국산의 존재로 가격 인상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이지만 품질은 국산과 대동소이할 것이고 무엇보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도 싸게 파는데’라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포스코측은 "도입되는 물량은 계열사의 자가수요를 충당하는데 사용되고 10만t은 국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시장 진출이 전략적 파트너사인 동국제강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의 철근 수입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뿐 말을 아끼고 있다. 포스코와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포스코로부터 후판의 원재료인 슬래브를 구매하는 주요 고객사고 브라질 일관제철 합작사업도 진행 중인데 철근 사업에서 뒤통수를 맞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동국제강은 이미 지난 5월 보유 중이던 포스코강판 주식 전량(9.8%)을 처분했고 6월에는 포스코 주식 전량(0.23%)도 매각한 바 있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협력 강화 차원에서 지분을 보유했으나 회사 유동성 확보를 위해 처분했다.
한편, 국내 철강 유통업계 사이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POSCO SS VINA의 일부 물량이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포스코는 당시 이같은 소문을 부인했으나 올해 8월 KS 인증 신청을 내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