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주가 인지 못할 정도의 무관심한 상황"
[뉴스핌=박민선 기자] 정확히 1년만에 반토막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가 아닌 국내 IT업계 2위 기업인 LG전자 얘기다. 최근 4만원대마저 내줬던 LG전자는 지난해 8월 22일 52주 최고가(7만6900원)를 기록한지 1년 만에 절반 수준(3만9300원)으로 내려 앉았다. 주가 측면에서 좀 길게 보면 12년래 최저점이다.
특히 현주가 수준에도 시장 참가자들이 별다른 저평가 매력을 못느끼는 현실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IT 2위 기업, 수년째 물음표인 '모바일 사업부'
LG전자의 주가 차트를 살펴보면 모든 이동평균선이 하향세를 그리며 추세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하단에 5일 이평선을 기준으로 10일, 20일, 60일, 120일 이평선이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다. 즉 5일간 주가 흐름이 20일간 주가보다 낮고, 20일간 주가 흐름은 60일간 주가 흐름보다 낮아 하락세의 지속을 의미하는 '역배열'인 것이다.
차트를 기준으로 본다면 강한 매수세나 확실한 모멘텀이 발생하지 않는 한 큰 틀에서 현재의 추세가 반전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LG전자의 최근 150거래일 일봉 차트. 각 이동평균선이 모두 짙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대신증권HTS 캡쳐) |
이같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포트폴리오에 LG전자를 담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현재 LG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펀드는 총 1134개로 전년동기의 1539개 대비 26% 가량 줄어든 상태다. 2년 전인 2013년 4월 기준(2369개)으로는 LG전자를 담고 있는 펀드가 절반도 채 안된다.
최근 발간된 증권사 보고서 제목을 보더라도 ▲위축되는 존재감(LIG투자증권, 7월 30일자) ▲스마트폰에 대한 우려 확대, 연간실적 하향 조정(한국투자증권, 7월 30일자) ▲반성된다 2015(흥국증권, 7월 23일자) ▲12년래 최저점 주가, 그러나 매수 추천은 역부족(IBK투자증권, 7월 13일자) ▲싸지만 경기와 경쟁이 어렵다 (유진투자증권 7월 6일자) 등 모두 당분간 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동부증권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무관심이 최대의 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저평가 상황이 분명하지만 시장은 현재 주가가 최악의 상황까지 와 있다는 점을 인지조차 못할 정도로 무관심한 상황이라 분위기 환기가 절실하다"며 "하지만 실적 하향 조정 추세도 진행형이라 저평가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이전과 비교한다면 LG전자의 입지가 변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실적 발표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리포트를 쓰지만 시장의 주목도 등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음을 실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구글의 인수설이 제기됐을 당시에는 황당한 소문이라고 했지만 며칠 지나고 나서 '차라리 그게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을 정도"라면서 "현재 LG전자가 갖고 있는 추진력이나 혁신력 등에 대한 시장 기대는 거의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현재 LG전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주가와 상관없이 시장의 어느 투자 주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LG전자가 놓친 가장 큰 기회는 스마트폰 시장으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라며 "수년간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저평가라는 이유만으로 매수매력이 크다는 논리는 현재 시장의 분위기와는 안 맞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투자자문사 대표는 "LG전자의 부진을 단순히 IT업계 전체 흐름과 싸잡아 논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에 따라 그 사람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가늠하는데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대비 LG전자는 이렇다 할 브랜드조차 없기 때문에 이미지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LG전자의 현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펀드 매니저는 "요즘 시장에서 LG전자는 소위 '왕따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상승장에서 나홀로 하락세를 보이거나 하락장에서 오르더라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에는 IT기업으로서 삼성전자와 비슷한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에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모바일 부문에서의 격차가 두 회사 주가의 동조화 현상을 단절시켰다"며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돌파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매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만큼 LG전자에 대한 기대는 낮추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한 만큼 반등의 가능성은 있다. 대신증권 박강호 애널리스트는 "가전 부문의 실적이 견조하게 나오고 있고 3분기와 4분기 실적이 시장의 낮아진 컨센서스 대비 양호한 수준을 보일 수 있어 4만원대에서 탄력적인 반등이 나올 수 있다"며 "주당순자산가치 기준으로도 너무 과도하게 빠진 부분이 있는 만큼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과도한 하락에 대해 반등을 통해 아웃퍼폼할 수 있겠지만 일정 수준이 되면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보여야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LG전자의 주가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0.5% 오른 4만원선으로 지난 2008년 5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1/4도 안 되는 수준이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