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인니 필리핀 통화가치 하락, 기업실적 부담 이어질 듯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에 동남아 신흥국 시장이 잇따른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TIP'로 불리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3국 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각) 미국 금융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TIP 3개국에 추가 악재가 더 이어질 것이라며 통화 약세는 물론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암울해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개월 동안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 주식은 각각 7.1%, 10%, 16%씩 떨어졌다.
이 기간 현지 통화 역시 달러 대비 가파른 하락세를 연출했다. 필리핀 페소화는 3개월 동안 5%가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태국 바트도 각각 5.7%와 6.3%가 밀렸다. 지난 5월21일 이후 TIP 국가들이 통화 약세로 본 손실액은 총 1500억달러(약 179조7000억원)에 달한다.
루피아환율(파란선, 루피아 가치와 반대), 바트환율(주황선, 바트 가치와 반대), 필리핀페소환율(분홍선) <출처 = 블룸버그> |
각국 통화들의 향후 등락폭을 예측한 수치인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도 가파른 오르막을 타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루피아의 내재변동성은 7.6%가 올랐고 바트와 페소의 경우 각각 21%, 30%씩 뛰었다.
투자자들은 자금이 동남아를 떠나 달러표시 자산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해당국 통화들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TIP 국채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테이퍼링이 시작되던 2014년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노무라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위안화 약세가 아시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종합 분석을 내놓았는데 중국과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과의 복잡한 무역 관계를 고려해보면 아시아 통화들은 강세보다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필리핀 페소화의 경우 연말까지 2.2%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고, 바트화는 3.7%, 루피아는 4.4%가 각각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노무라는 위안화 약세로 동북아시아 수출국들이 수혜를 보겠지만 동남아의 경우 경계심이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TIP국가의 경우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증시는 예상 수익의 23배 수준에, 필리핀 마닐라 증시는 20배, 태국 방콕 증시는 17배 각각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TIP 3국은 이미 실적이 실망스러운 수준인데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의 부진 리스크가 가장 높다고 지목됐다. 인도네시아 기업 상당수가 중국 수요에 의존하거나 값싼 중국 수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석탄 수출업체들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통화 전쟁 고조에 태국 수출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에너지 가격 하락과 금리 인하 등으로 수혜를 입을 국내 기업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노무라는 로빈슨백화점(종목코드:ROBINS)의 경우 앞으로 50%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필리핀은 중국 경기 둔화와 자금 유출에 그나마 취약성이 가장 적은 동남아 국가로 꼽혔다. 노무라는 필리핀 은행과 지주회사를 선호한다고 밝혔고 JP모간은 쇼핑몰 개발업체인 SM프라임홀딩스(SMPH)가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