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및 달러화 매도 등 개입 잰걸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흥국 중앙은행이 연이어 환시 개입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관련 통화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지면서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멕시코부터 남아공까지 주요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거나 통화정책 완화 종료를 선언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출처=블룸버그통신] |
하지만 최근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은 낙폭이 지나쳐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등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앞다퉈 통화 평가절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24개 이머징마켓 통화 가운데 20개 통화가 최근 1개월 사이 내림세를 나타냈다.
이머징마켓 통화를 추종하는 지수는 올들어 8%에 달하는 내림세를 나타냈고, 1993년 데이터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최근 관련 통화의 낙폭은 2008년 이후 가장 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러시아 루블화와 콜롬비아 및 칠레 페소화, 브라질의 헤알화 등이 지난 5월 중순 이후 1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달러화와 페그된 홍콩 달러화만 같은 기간 0.02% 소폭 떨어지는 데 그쳤을 뿐 가파른 하락이 신흥국 통화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태국 바트화가 6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남아공의 랜드화는 10년래 최저 수준까지 밀린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이들 통화에 강력한 하락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각국 중앙은행은 팔을 걷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달러화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한 한편 50bp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는 올들어 5번째 금리인하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29일 50bp의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금리가 14.25%로 9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25년래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았지만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린 셈이다.
멕시코 중앙은행 역시 페소화 방어를 위해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의사를 밝혔다. 중앙은행이 일간 달러화 매도를 5200만달러에서 2억달러로 늘렸지만 페소화는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페루도 솔화가 6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데 따라 달러화 매도에 나섰고, 남아공 중앙은행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25bp 올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케냐, 우간다 등 지구촌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모간 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신흥국 중앙은행이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크리스틴 디클레멘티 머니매니저는 “상품 수출국이 최근 가격 급락을 반영해 국가 재정을 조정하고 있다”며 “이는 상당 기간이 걸리는 작업이며,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