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만 20여개...시너지 불확실해 인수 주체 없어
[뉴스핌=윤지혜 기자] 건설사 인수합병(M&A) 시장이 황폐화되고 있다. 부진한 건설업황에 중견 건설사 M&A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매물로 나왔던 동부건설도 유력 인수후보 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 매물로 나온 STX건설은 매각을 맡을 주관사 후보들부터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TX건설의 법정관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7일까지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받는다. 법원은 제안서를 제출한 곳을 검토해 이달 중순께 매각주관사를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매각 주관사 후보군들은 STX건설의 M&A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시점에 중견건설사의 M&A 매물이 한 번에 나오고 있는데다 앞서 진행된 건설사 매각들이 전부 불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정관리 매물을 전담하다시피 한 삼일PwC,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EY한영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 모두 아직까지 입찰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는 지난달 본입찰 마감 끝에 불발된 극동건설과 벌써 세 번째 매각 시도중인 남광토건, 최근 진행되고 있는 동부건설 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건설, 유력 인수후보 없어 매각 난항
동부건설은 매각작업이 시작될 무렵만 해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매각 주관사 선정 시 법원에 서류 제출을 통해 심사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동부건설의 경우 다섯 곳 이상의 회계법인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주관사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 유력 인수후보는 커녕 물망에 오르는 후보군도 찾기 어려워져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동부건설의 흥행 실패 요인으로 기대할만한 시너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과거 해외건설에 특화된 쌍용건설은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됐지만 해외건설, 플랜트 사업 등에 특징이 없는 동부건설은 특별한 메리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센트레빌'이라는 주택 브랜드가 다른 중견 건설사에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부영, 호반건설 등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매각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트레빌 하나만 보고 들어가기엔 기업가치에 비해 매각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매각 초반에 거론됐던 유통업계 또한 시큰둥한 반응이다. 유통업이 건설사를 인수해 시너지를 낸 사례가 전무할 뿐 아니라 2007년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한 후 유동성 위기를 겪어 결국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극동건설은 법정관리 졸업 후 매물로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올해 7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 했으나 인수 희망업체들이 예상보다 낮은 인수가를 제시한 데다 채권단의 채무조정 미합의 등이 원인이었다.
◆7월 M&A시장에 나온 건설사 매물만 20여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 M&A 시장에 나와있는 건설사만 2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사겠다고 선뜻 나서는 곳은 없다.
이처럼 부도건설사 M&A가 지지부진한 것은 건설과 건설사의 미래가치에 대한 시각차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매각을 원하는 채권단에서는 해당 건설사의 옛 명성과 수주능력 등을 높게 평가한 반면, 매수 희망자 측에서는 건설의 미래가치를 비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최근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에 따른 아파트 과잉공급 우려로 오히려 건설사 M&A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M&A가 여러차례 무산되고 있다. 때문에 매각을 하는 입장에서도 인수후보를 이끌만한 요인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동부건설의 경우 센트레빌이라는 브랜드만 따로 떼어 판다면 인수의향을 보이는 곳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건설사 M&A의 경우 대개 회생이 어려워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나온 부도건설사"라며 "기본적으로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매각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같이 쪼개파는 방식은 법원에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윤지혜 기자 (wisdom@newspim.com)